'내년 선거 없다' … 입법·국감·예산 '전면전'

2022-09-26 10:57:50 게재

민주당, 양곡관리법 등 핵심법안 단독 통과 예고

김건희 여사 관련 국감, '최순실 국감'처럼 집중키로

"대통령 협치 의지 없어 … 교육부장관 인청 보이콧 검토"

국정감사, 법안심사, 예산심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여야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내년에 대형선거가 없어 여야 모두 여론보다는 '정치적 목적 달성'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독주'나 '독단'을 의식하지 않고 '성과'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이 위원장으로 앉아있는 상임위원장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해놨다. 여소야대 국면 속에서 국민의힘은 강도 높은 방어전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의 '독주'와 '국정 발목잡기'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강 대 강'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들이 쌓여가고 있다.


26일 민주당 교육위 소속 모 의원은 "국민의힘에서는 타협하거나 협상, 대화할 의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며 지난 주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해 국민대 총장, 숙명여대 총장 등 10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국정감사에 역량을 집중시키기로 했다.

안민석 의원 등이 포함된 교육위는 민주당 소속 유기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안 의원과 도종환 의원 등은 2016년 당시 국정감사에서 최순실 딸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 특혜 의혹을 수면 위로 올려놓는 등 박근혜정부 국정농단의 실마리를 잡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기홍 위원장은 "동행명령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대, 숙명여대 총장을 증언대에 세울 것"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교육위를 해온 의원들 중심으로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위원장은 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후보자를 곧 지명, 인사청문회를 국정감사 기간에 해달라고 하려는 것 같은데 이를 보이콧 할지 생각하고 있다"며 "과거 인사청문회를 국정감사 기간에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정감사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백혜련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에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증인채택에도 적극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와 여당 주도의 법안을 차단하고 7대 입법과제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다. 가장 앞에 선 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다. 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과잉생산된 쌀에 대한 정부 매입을 의무화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이날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의지를 갖고 있다. 소 위원장은 "정부가 올해 45만톤을 매입하기로 한 계획은 적절하지만 내년 이후의 문제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다"면서 "근본적인 쌀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까지 담은 수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안소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된 법안을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는 "우선 법사위로 올려놓으면 국민여론 등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또 기초연금확대법, 납품단가연동제도 입법, 장애인국가책임제법, 가계부채 3법, 노란봉투법, 출산보육수당확대법 등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으로 지목했다. 이 법안을 심사하는 환노위, 정무위, 복지위, 교육위 등은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우원식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에게는 '부자감세 차단'과 함께 '지역사랑상품권 회복' 등의 임무가 부과됐다. 민주당은 법인세 감세에 대해 강도 높게 저항하면서 윤석열정부에서 깎은 민생예산을 증액하거나 되돌려놓기로 했다. 하지만 법안의 경우 정부 반대를 무릅쓰고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게 쉽지 않고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에서 여당 소속 의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적 우세만 앞세워 '단독 통과'로 일관하다보면 스스로 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산과 국정감사 역시 야당의 단독 운영이 어려운 구조다. 국회는 삭감권만 갖고 있고 증액권은 정부에게만 있어 민주당이 원하는 삭감과 증액을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민주당 의원 지역구 예산도 증액시키거나 신규로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을 힘으로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정감사 증인채택의 경우 여야간 조율이 필요해 한쪽이 단독으로 할 경우엔 국정감사 자체가 파행으로 흐를 수 있고 증인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출석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 수도권 지역 모 중진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이나 예산 등을 야당 단독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다만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력이나 국회와의 협치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야당으로서는 강하게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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