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회계법인 협의체' 출범 … 빅4(대형 회계법인 4곳)와 경합 구도

2022-09-30 11:27:54 게재

상장사 외부감사하는 중견·중소회계법인 34곳 대표 참여 … "법인 이해 대변 아닌, 회계투명성 향상 최우선 논의"

자산 2조 이상 상장사 지정감사 '빅4'에 국한, 영향 미쳐

대형 회계법인 중심의 회계업계에서 다른 목소리 낼 듯

금융당국 확정한 제도개선안에 중견회계법인 반발 여전

회계업계에서 대형 회계법인인 빅4(삼일 삼정 안진 한영)에 맞서 중견·중소회계법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별도의 협의체를 만들어 30일 출범한다.

회계개혁에 따라 도입된 감사인등록제 시행으로 상장법인의 외부감사는 일정 기준을 통과해 금융당국에 등록된 회계법인만 가능한데, 이들 등록 회계법인들이 빅4를 제외하고 뭉친 것이다.

3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상장법인 감사인등록법인 협의회(등록법인 협의회)는 이날 34개 중견·중소회계법인 대표회계사들이 모인 가운데 총회를 열고 회장을 선출한다.

협의회에 참석하는 한 대표회계사는 "회계투명성 향상을 최우선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며 "단순히 협의회에 참여하는 회계법인들의 이해를 대변하려고 모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중견회계법인협의회와 중소회계법인협의회가 있지만 이와는 별개의 협의기구가 만들어진 것은 '상장법인 외부감사'라는 등록 회계법인들의 공통된 현안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회계법인의 경우 상장법인 감사와 관련해 등록 회계법인과 미등록 회계법인으로 나뉜다는 점에서 서로의 관심사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또 회계제도의 변화와 회계투명성 향상 등이 상장법인 외부감사에 좀 더 집중돼 있는 만큼 등록 회계법인이 함께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협의체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지정감사를 빅4 회계법인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당국의 감사인 지정제 보완방안이 발표되면서 협의체 구성이 급물살을 탔다. 엄밀히 말하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외부감사는 회계법인 분류 기준상 가장 상위그룹인 '가군'에 한해서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군'에 속한 회계법인이 빅4 뿐이어서 업계에서는 빅4에 대한 사실상의 특혜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29일 감사인 지정제 보완방안을 확정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하면서 '가군' 분류기준을 회계사 600명 이상에서 500명 이상으로 낮춰 '가군' 진입 요건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견회계법인들 사이에서는 '가군' 그룹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중견회계법인 중 삼덕회계법인은 회계사수 600명을 이미 넘겼다. 하지만 또 다른 기준인 손해배상책임보험의 보상 한도 1000억원을 충족하지 않고 있어 '가군'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중견회계법인의 한 대표회계사는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내용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회계사수를 500명으로 낮춰도 가군에 들어갈 수 있는 중견회계법인이 없는데, 도대체 누가 이 같은 의견을 금융당국에 제안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외부감사가 사실상 빅4에 국한된다는 비판에 직면한 금융당국이 '가군' 진입 한도를 낮추는 모양새를 취해서 비판을 비껴나가려고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위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이 회계업계 전반의 감사품질 향상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향후 등록법인 협의회는 감사품질 향상 등과 관련한 제도 개선 전반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적으로 회동하는 빅4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공인회계사회와 금융당국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등록법인 협의회도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도 회계사 합격자를 싹쓸이 채용한 빅4에 대한 중견·중소회계법인들의 불만이 높다는 점에서 업계의 상생에 대한 의견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빅4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수는 6400명 가량 되고, 등록 협의회(34개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수는 4600명 가량된다.

중견회계법인의 한 대표회계사는 "등록 협의회의 문이 열려져 있어서 빅4에서 원하면 들어올 수 있다"며 "앞으로 회계업계를 대변하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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