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양극화 해법 모색

"산별교섭으로 불평등·양극화 해소"

2022-10-04 10:57:20 게재

기업별교섭, 노동시장 이중구조 강화 … "사용자도 초기업교섭 동기 있을 것"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사태로 우리 사회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불평등·양극화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지난주에 두차례 있었다.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불평등·양극화 해소! 근본적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한국노총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김영진·윤건영·이수진 의원,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토론회다.
이 토론회는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가 주관하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우원식 위원장(민주당)이 후원했다.
또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노동경제학회 노동법학회 등 노동 3대 학회가 공동 주최한 '디지털 시대,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모색'이란 주제의 토론회다. 이날 토론회는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 우선 추진과제인 노동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7월 발족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주관했다.

2022년 보건의료산업 산별교섭 상견례│보건의료노조는 2004년부터 산업별 집중교섭을 통해 △'암부터 무상의료' 운동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보호자 없는 병원' 운동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9.2 노정합의 등을 이끌었다. 사진 보건의료노조 제공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산업별 교섭 등 초기업교섭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별 교섭체제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강화해왔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불평등·양극화 해소! 근본적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나순자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보건의료노조를 포함해 많은 노조가 산업별 노조로 조직체제를 전환하고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노조의 교섭 결과인 단체협약이 기업 내만 머물러 근본적인 구조 개선에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갈수록 유연해지는 노동시장에서 안정성 확보와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산업별 교섭의 제도화와 단체협약 효력의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동수 한국노총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코로나 팬데믹과 디지털 산업 전환으로 금융산업을 포함한 전 영역에서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불평등과 양극화는 가속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주를 이뤘던 기업단위 교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와 비정규직·파견 용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공공성 강화, 최초 주5일제 도입 =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발제에서 보건의료노조가 기업별 노조를 넘어서 산업별 노조로 활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로 △'암부터 무상의료' 운동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보호자 없는 병원' 운동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9.2 노정합의 등을 소개했다.

이 원장은 "보건의료노조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산업별 교섭에서 임금을 교섭해 120개 지부의 임금을 상향식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이뤘고, 매해 타결한 임금인상 기준이 영세한 병·의원에도 임금인상의 주요한 기준으로 작동했다"며 "산업별 교섭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임금격차 해소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한진 금융노조 사무총장도 발제에서 산업별 교섭을 통해 이뤄낸 성과로 △우리나라 최초 주 5일제 도입 △임금인상분 사회공헌사업 등 연대기금으로 활용 및 금융산업공익재단 설립 △사내근로복지기금 수혜범위를 파견·용역직까지 확대 및 사내 하도급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 △저임금 직군 개념 도입으로 임금인상률 차등 적용 등을 꼽았다.

박 사무총장은 "금융노조도 개별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 전환한 이후에야 금융산업 테두리 안에서 노동시장의 약자를 보호하고 영향력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발제에서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별 노동시장 체제, 기업별 노사관계와 교섭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하청업체 등 '2차 노동시장'에 속한 노동자의 임금은 기성금, 납품 단가 등에서 심하게 제약돼 임금인상을 위한 교섭에 현저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는 2차 노동시장 노동자들의 노조를 설립할 권리, 교섭하고 파업할 권리, 숙련을 인정받을 권리 모두를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형 산업별 노사관계 체제 실천전략'으로 1차·2차 노동시장 영역의 노동자 모두를 구성원으로 둔 산업별 노조가 점진적으로 임금체계를 단순화·통합하는 노력하는 동시에 '하후상박'식으로 노동시장 하단의 임금수준을 끌어올려 새로운 산업별 임금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0조 3항이 국가 및 지자체가 기업·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만큼 초기업 단위 교섭 활성화를 위한 지원은 가능하다"며 "노조법 36조의 지역적 구속력 제도를 단체협약 적용 범위를 업종 등으로 확대한다면 초기업 노사관계에서 협약한 임금 적용이 확대돼 불평등·양극화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업별 협약으로 직종·산업별로 노동조건이 표준화될 경우 사용자 입장에서도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현재 지역의 버스 업종 등에서 지역별 집단교섭이 이뤄지는 것을 예로 들며 구체적인 초기업 교섭 촉진을 위해 '노동위원회에 초기업별 교섭단위 결정 권한을 부여(노조법 제29조의3 개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금속노조 "초기업 교섭, 기업이 불응" = 이어진 토론에서 오기형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사통계부장은 "2007년 완성차노조의 산별전환 뒤 초기업교섭 구축을 위해 산업별 중앙교섭에 대공장을 참여시키기 위해 대각선 교섭, 재벌사 공동투쟁, 공동시기 공동요구 투쟁, 부문별 교섭 등 전조직적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대자동차 등을 참여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조사통계부장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사태 등을 언급하며 "현 기업별 노사관계 내에서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니 투쟁이 극단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사회의 안정적 유지 측면에서도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불평등과 양극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초기업 노사관계와 더불어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과도한 임금경쟁 압력, 경영위기 등에 대응해 초기업 교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단체협약 효력 확장을 제도화하고, 사용자단체 구성을 강제하는 등 산업별 교섭을 법제화했을 때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될 것인가 고민해봐야 한다"며 "ILO 협약과 충돌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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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이중구조, 임금체계 개편에서"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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