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여파, 세계는 뒤숭숭

2022-12-28 10:46:56 게재

유럽 에너지난 고심 갈수록 커져 … 식량안보 중요성도 부각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각국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에너지와 식량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공통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일부 국가들은 전쟁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우크라 전쟁 후폭풍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표정들을 모아봤다.
26일 독일 베를린 노스사이드 갤러리에서 '빈곤층을 먹여라(Feed the poor)'라고 적힌 벽화가 보인다. 독일의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 식량위기와 식량안보 =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서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의 영향으로 곡물값이 치솟는 바람에 가장 대중적인 전통음식조차 제대로 먹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이집트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 중 하나인 코샤리는 파스타와 쌀, 콩, 구운 양파, 매운 토마토소스 등을 섞어 만드는데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해 포만감을 준다. 그런데 최근 경제 위기가 심화하며 일부 식당에서 코샤리에 들어가는 각종 식료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집트의 지난 10월 식음료 물가는 전년동기대비 30.9% 뛰었고, 이 같은 인플레이션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 등 취약계층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집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석유와 밀 등 생필품 수입량의 대부분을 의존해왔지만, 전쟁 발발 이후 해당 품목 수입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상승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집트인들은 외식비를 줄이고 결혼식을 미루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일례로 이집트의 유명 식당 '아부 타렉'은 코샤리 한 접시 용량을 줄이며 예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출은 점점 줄고 있다.

아부 타렉 대표 유세프 자키는 "전에는 큰 접시로 코샤리를 주문하던 손님이 지금은 작은 접시로 먹고, 하루 세 번 먹던 이가 한 번이나 두 번만 먹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우크라전쟁 이후 국제적 식량 위기에 대응해 주요 곡물의 국산화 등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7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식량 안보 강화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식료안전보장강화정책대강'을 결정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수입에 의존하는 기존 식량 정책의 구조를 전환할 방침이다. 특히 자급률이 낮은 밀과 콩 등의 일본 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논을 밭으로 전환하거나 시설 정비를 추진한다고 명기했다. 또 원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화학 비료의 사용량을 줄이고 대신 국내 자원을 퇴비로 이용하는 비율을 확대한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 대강을 근거로 관련 부처에 내년 6월까지 농업정책을 새로 정리하라고 지시했고, 일본 정부는 내년 안에 농정의 기본방침이 되는 식량·농업·농촌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에너지 위기에 유럽 긴장 = 전쟁의 여파는 에너지 상황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유럽의 에너지 가격과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하다. 이를 반영하듯 유럽 각국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위기를 이겨내고 있는 상황이다.

27일자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서 스페인 사람들이 태양광 패널을 산다고 소개했다.

태양광 패널 설치업체 Engel Solar에 따르면 옥상 태양광 패널은 일반 가정의 전기 수요의 50~80%를 생성할 수 있다. 2005년 바르셀로나에 설립된 200명의 직원을 둔 이 회사는 지난 2년 동안 매출이 5배로 급증했으며 2023년에는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도 참여하고 있다.

약 780개 기업을 그룹화한 스페인 태양광 발전단체 UNEF 책임자인 Jose Donoso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이웃이 자가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보고 만족하며 비용을 절약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태양광 패널을 구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설치된 옥상 태양열 용량이 2022년에 2기가 와트를 초과할 것이며 이는 2020년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전력난에 따른 겨울철 정전에 대비하도록 안내하는 기사들이 27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소개됐다.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전력망이 몇 주 안에 한계에 가까워지면 정부 전력소비 차트는 빨간색으로 바뀌고,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전화 알람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 옵셥은 지금까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으로 1978년에 마지막으로 봤던 것 같은 대규모 정전을 피하기 위해 지역 정전을 반복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전력망 운영업체 RTE는 지난달 대규모 정전위험을 경고하면서 정부는 급히 비상 계획을 발표하고 현지 공무원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에너지 절약 실천이 이뤄지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미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유럽처럼 에너지 위기가 급상승한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1981년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WSJ이 미국 노동부가 추적하는 수백 개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제빵 원료와 채소, 휘발유, 항공권 등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상승했다. 우크라 전쟁 여파로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식품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물가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업도 인력난 속에 임금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추겼다고 WSJ은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27일 유럽 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시장에서 1월 인도분 가스 거래 가격은 직전 거래일보다 3.54% 하락한 메가와트시(㎿h)당 80.04유로로 마감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틀 전인 2월 22일(79.74유로)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지난 8월 26일 가스 가격이 1㎿h당 약 346유로로 정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하면 약 77% 하락했다. 이는 겨울철에 진입했지만 내달 초까지는 유럽 대부분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난방 수요가 높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유럽 가스 비축량이 80% 이상을 유지하고, 대체재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늘어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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