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혐의' … 카카오뱅크 대주주 변경, 손배소 이어지나
양벌 규정으로 법인 처벌받으면 '대주주 적격성' 문제 발생
내년 1월까지 수사 이어지면 강화된 개정 자본시장법 적용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이 23일 주가조작혐의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출석 조사를 받으면서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감원 특사경은 이날 김 전 의장을 불러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종한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같은 혐의로 이미 구속된 상황에서 카카오 최대주주(지분 약 13%, 특수관계인 포함 시 24% 보유)인 김 전 의장으로 수사를 확대한 것이다.
김 전 의장 등 카카오측 변호인단은 "하이브와의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사경은 김 전 의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SM엔터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상황에서 기한 내에 금융위원회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혐의(주식 대량 보유 보고 위반)도 조사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의 관여 여부와 무관하게 배 대표가 구속됨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27.17%를 보유 중인 대주주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특사경은 배 대표와 함께 카카오 법인에 대해서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벌규정(대표나 관련자가 법률 위반을 했을 경우 법인도 함께 처벌 받는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법인의 관리책임과 함께 시세조종 혐의에 동원된 자금의 출처가 카카오 법인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 사유가 발생하게 된다. 절차상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되지만 형사처벌이 확정될 경우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지분 처분 이외에는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할 방법이 없다.
결국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변경을 위해 카카오는 6개월 안에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현재 카카오의 다른 주요 주주는 한국투자증권(27.17%)과 국민연금공단(5.30%)이다.
자본시장법 전문가인 학계 인사는 "법인에 대한 법적 책임과 함께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은 시세조종에 대한 배상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카카오 경영진의 시세조종 혐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형사처벌이 확정될 경우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세 변동폭이 크지 않아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액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유죄가 인정될 경우 카카오의 방해로 SM엔터를 인수하지 못한 하이브가 손배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내년 1월 19일 이후까지 수사가 계속될 경우 강화된 개정 자본시장법이 적용돼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부당이득 입증 부담이 크게 완화된다. 개정 법률에 따라 부당이득 산정은 위반행위와 관련해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하는 단순차액 방식으로 바뀐다.
부당이득금액의 규모에 따라 주가조작사범의 형량이 비례해서 사실상 결정되는 만큼, 부당이득 입증 부담이 완화되면 주가조작사범에 대한 중형 선고가 가능해진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올해 6월말 국회를 통과했고 6개월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 19일 이후 시행된다. 부칙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산정에 관한 적용은 법 시행 당시 수사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서 카카오 사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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