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진단

건강관리서비스법 개정논란 점화

2010-11-02 14:13:16 게재
개념·법적용·민영화 여부 등 곳곳에 논란
2007년 첫 논의 … 지난 5월 법안 발의

건강관리서비스 법안이 보건의료분야 화두로 떠올랐다.

건강관리서비스란 질병 예방을 위해 맞춤형 식단, 운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건강관리 일반에 대한 상담과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질병은 없지만 건강하다고 볼 수도 없는 '건강주의군'을 대상으로 한다. 이 제도에 관한 논의는 2007년 참여정부 시절 시작됐다. 하지만 본격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올해 5월 '건강관리서비스 법안'이 발의된 이후부터다.

정부는 병원, 보건소 같은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이 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 서비스 시장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와 건강관리는 뗄 수 없다"는 의사들과 "(건강관리서비스 법안은)의료민영화이자 산업화"라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건강관리, 의료행위인가 아닌가=복지부는 11월 2일 건강관리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일차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건강관리를 의료와 따로 구분하는 문제다.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가 건강증진을 통한 질병예방이 주 목적이므로 의료서비스와 별개라고 주장한다.

개인별 맞춤식단을 작성하고,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업무는 의사보다 영양사, 운동 전문가에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서비스 대상을 환자가 아닌 '건강주의군'으로 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의사들은 둘을 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강관리는 명백한 의료행위의 일부인데 이를 비의료기관에 위임하고 의료기관의 영역을 치유에만 한정시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원철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고혈압 전단계,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들의 경우만 봐도 의료서비스를 통한 예방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들이 병으로 자랄 때까지 손을 쓰지 말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있다? 없다? = 건강관리서비스법이 기존의 보건의료기본법, 의료법, 국민건강증진법과 중복되거나 충돌할 지를 놓고도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시민단체는 현행법이 이미 건강관리와 관련한 내용을 상당부분 포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보건의료기본법은 '평생국민건강관리사업'을 국가와 지자체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은 건강생활 지원, 영양개선, 보건교육 등 건강관리서비스법이 규정한 내용뿐만 아니라 금연, 구강건강 등을 추가로 더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들 현행법이 '포괄적'이며 국가, 지자체, 의료인의 책임과 직무를 규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반면 건강관리서비스법은 건강증진·예방에 관해 민간 영역을 세부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므로 충돌할 일이 없다는 논리다.

◆"의료민영화" VS "고용창출 효과"=이 서비스가 보건소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기존의 건강증진사업을 위축시키는, 사실상 의료민영화이자 산업화가 아니냐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창보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위원장은 "공공서비스가 사유화되면 국민의 권리가 구매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기존 보건소 등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던 사업 역시 민간으로 이전되면서 위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지금처럼 고소득층만 이용 가능한 고급검진과 같은 시장이 허물어져 서비스가 보다 보편화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취약계층 배제 논란 = 건강관리서비스가 도입되면 기존에 보건소를 중심으로 추진되던 저소득층의 건강관리사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김창보 위원장은 "이미 전국의 모든 보건소는 무료, 혹은 약간의 부담으로 건강관리를 제공한다"며 "건강관리서비스시장이 민간사업자를 활성화하고 비용을 이용자에게 전액 부담시키면 서민과 부유층을 갈라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정부는 보건소의 건강증진사업을 민간으로 이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민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바우처를 도입하고 보건기관 건강관리 서비스도 확대할 것"이라며 "고용창출, 산업촉진은 어디까지나 파생효과"라고 주장했다.

기존의 보건소 중심의 건강증진사업도 더욱 확대하고 건강관리서비스 바우처를 도입해 취약계층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정책인가 산업정책인가=결론적으로 시민단체는 '국민건강관리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건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를 민간에 넘기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은 국민의 건강복지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보건서비스 산업화를 위한 경제정책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전 국민의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를 올바르게 제도화 하는 것'이란 말은 명분을 의식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제도의 도입 이유로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양화 고급화된 수요를 일자리로 연결시키고, 경제의 성장잠재력도 확충할 수 있는 보건의료분야 신규서비스를 제도화해 새로운 보건의료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의료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 해외 보건의료서비스 수요를 국내시장에 흡수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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