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경실련 공동기획, 부실투성이 대형국책사업│ 4 지하철9호선

84% 재정투자 시설을 민간에 공짜대여, 수입은 민간이 챙겨

2013-10-21 11:28:43 게재

운임도 타 지하철노선보다 비싸게 협약 … 경실련 "서울시민엔 고통, 민자사업자엔 혜택줘"


<사진:개화역에 정차중인 9호선 전동차 사진 서울시메트로9호선 홈페이지>

지하철9호선은 다른 노선과 달리 특이한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굴을 파고 선로를 놓는 하부공사와 지상과 연결된 출입구와 매표소 등을 설치하는 상부공사를 분리해 진행했다. 돈이 많이 들고 까다로운 하부공사는 재정사업으로, 상대적으로 쉬운 상부공사는 민자사업으로 했다.

재정이 투자된 상부공사와 민간자본이 투자된 하부공사의 공사비 비율을 7:3이다. 하부공사도 모두 민간이 투자하지 않았다. 하부공사의 재정과 민간자본 투입비율은 4.6:5.4이다.

지하철9호선 전체 공사비로 보면 재정과 민간자본 비율이 8.4:1.6로 재정투자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84%의 재정을 투입해 건설한 시설을 민간사업자에게 30년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양도하고, 그 시설로부터 생기는 수입은 모두 민간사업자가 챙기도록 했다.

1/6만 투자하고 1을 챙기겠다고 제안 = 서울시(도시철도설계부)가 이종필 서울시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하철9호선 총사업비는 3조4640억원이다.

이 중 국비는 34%인 1조1590억원, 시비는 50%인 1조7385억원이 투자됐다. 국비와 시비를 합하면 재정이 총 84% 투자됐다. 민간자본은 사업비의 16%인 5666억원만 투자됐다.

지하철9호선을 민간이 운영하려면 총사업비의 1/6만 투자했기 때문에 운임도 1/6 수준이어야 맞다.

하지만 민간사업자는 운임을 다른 지하철노선과 똑같이 받겠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 자료에 따르면 최초 우선협상대상자인 울트라컨소시엄은 운임을 600원(2001년 10월말 기준 불변가격)으로 받겠다고 제안했다.

울트라컨소시엄과 계약해지 후 재고시때 제안한 로템과 극동건설컨소시엄은 똑같이 운임을 700원(2003년 1월초 불변가격)으로 제시했다. 당시 다른 지하철노선 요금이 700원이었다.

자신들이 건설비의 1/6만 투자하고도 다른 노선과 같은 요금을 받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곳보다 요금을 크게 낮춰야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요금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려줬다.

2005년 5월 서울시(시장 이명박)는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현대로템컨소시엄)와 기준운임을 1000원으로 하는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민간제안보다 요금 올려준 서울시 = 또 실시협약에서 실제운임은 기준운임보다 더 올리는 것을 명문화했다. 협약에 따르면 2009년 실제운임(경상운임)은 기준운임 1000원에다가 건설기간동안의 물가상승률과 실질운임상승률(3.41%)을 감안한 액수를 더해 정하도록 했다.

2009년 이후에는 전년도 경상운임에다가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실질운임상승률(3.41~1.49%)을 고려한 액수를 더해 실질운임을 결정하고, 15년간 매년 인상한다고 명시했다. 민간사업자에게 다른 지하철노선보다 비싼 요금을 받게 명문화해 준 것이다.

경실련은 "지하철9호선은 말만 민자투자업이지 민간사업자는 총공사비의 1/6만 부담하고 나머지 5/6을 국가재정과 서울시 예산을 투자했다"며 "그런데도 민간이 제안한 것보다 비싼 요금을 정한 것은 서울시민에게는 손해를 끼치고 민간사업자에게만 특혜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민자사업팀 한 관계자는 "민간 투자금에 대한 수익률이 8.9%"라며 "투자금을 찾아가는 것이라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는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한 정상적인 협약"이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요금인상 철회분 서울시가 보전 =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9호선 민자사)는 협약에 의거해 요금인상을 추진했다. 2012년 4월14일 9호선 민자사는 9호선 요금을 1050원에서 1550원으로 500원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다른 노선은 1050원 그대로인데 9호선만 50% 가까이 요금을 올리겠다는 데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서울시도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9호선 민자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민자사업의 특성상 운임수준이 기존 지하철과 다르다. 9호선은 사업초기부터 매년 징수해야할 운임수준이 이미 정해져 있다. 정해진 범위내에서 민간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운임을 결정하고 징수할 수 있다'며 인상방침을 밀어붙였다.

시민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9호선 민자사는 결국 50여일만에 요금인상 방침을 철회했다. 하지만 민자사는 손해를 보지 않았다. 요금인상을 하지 못한 만큼 서울시에서 운임수입을 보전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최소운임수입보장(MRG)이 그것이다.

4년간 923억원 서울시 보조금 지급 = 서울시는 9호선 민자사와 맺은 실시협약에서 최소운임수입보장(MRG)을 운영개시일로부터 5년간은 예상운임수입의 90%, 다음 5년간은 80%, 다음 5년간은 70%를 보장해 15년간 1조1491억원의 운임수입을 보장하기로 약정했다.

이 운임수입보장 조항에 의해 서울시는 9호선 민자사는 요금인상을 못한데 따른 운임수입 손실금을 보전해줬다.

2009년 개통이후 2013년까지 실제수요는 83.3~104.9%까지 예측수요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약정된 요금을 받지 못한 손실을 보전해준 것이다.

서울시 민자철도팀 한 관계자는 "요금인상을 못한데 따른 손해를 매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시가 9호선 민자사에 지급한 운임수입보조금은 총 923억원에 달한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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