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다산콜(120 민원전화) 대책' 알맹이가 빠졌다?

2012-12-04 12:16:32 게재

심리치유·복무관리개선안에 상담원들 반발

시민사회도 "근본대책은 외면했다" 비판

노동청 특별근로감독에서 여러 노동조건 위반사례가 드러난 '120다산콜센터'에 대해 서울시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상담원 심신치유를 위한 과정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상담원들은 근본대책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서울시는 3일 상담원들 심신 치유를 우선한 '120다산콜센터' 근무환경 개선책을 발표했다. 심리상담사와 안마사가 상주하는 치유상담실을 두고 상담원들이 근무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시는 시립병원과 연계한 고위험군 치료 지원, 휴양림이나 산사 체험 등 치유캠프 운영 계획까지 내놓으며 '감정노동자를 위한 맞춤형 근무환경 개선'이라고 명명했다.

개선책에는 이밖에 근무시간 외 교육 중지, 점심시간과 휴식시간 보장, 상담원 업무평가와 위탁업체 평가방식 변경 등 근무환경 개선과 업무부담 완화 대책도 포함돼있다. 시는 "민간위탁과 관련해서는 내년에 고용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선방안 등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달 5~6일 실시한 특별근로감독에 따른 후속조치다. 노동청은 당시 3개 민간위탁업체가 근로시간 이후나 조기출근 뒤 교육을 실시하면서도 그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은 지급하지 않고 법정기준에 따른 휴식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점을 적발, 시정명령을 내렸다. 민간업체에 업무를 위탁한 서울시에도 '노동조건이 지켜지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냈다.

시 관계자는 "시간외수당 지급 등 위탁운영업체가 근로기준법을 이행하는지 감독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며 "(위탁)협약에도 내용이 포함돼있는 만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도 통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담원들은 서울시 방안이 "핵심을 비껴간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담원 심리치유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일뿐더러 업무시간 외 강제근로 중지나 점심시간·휴식시간 보장 등 복무관리개선책은 그간 위탁업체가 노동법을 위반해온 것을 바로잡은데 불과하다는 얘기다. 다산콜센터 노조는 "과도한 업무부담이나 저임금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고 업무 감시·통제와 업체간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졌다"며 "근로기준법 위반과 반노동적 행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상담사나 안마사 상주도 의미는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게 상담원들 입장이다. 하루 한명씩만 찾는다 해도 상담원 500명이 이용하자면 2년은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심명숙 다산콜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실질 사용자인 서울시가 '제 3자'라며 명백한 법위반 사항 이외에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시가 교섭에 나서야 적정인력 확보와 저임금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세부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혹평했다. 담당 사무관이 (콜센터 건물에) 상주하면서도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이유는 밝히지 않은데다 업체간 경쟁을 유도한 위탁구조 자체가 노동조건을 악화시켜왔는데 그에 대한 해법은 '내년 별도의 연구용역'을 이유로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시당은 "시가 노동자들 처우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당장 노동조합을 만나고 이를 통해 상시적 노-정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시 관계자는 "제3자인 서울시로서 조치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직접고용은 유사 기관에 영향력을 미치는 문제라 용역 이후 정책적으로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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