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대잠초계기 도입 논란

2013-05-27 12:08:51 게재

선행연구도 없이 특정기종 맞춰 예산 편성

주한미군 쓰던 치누크헬기 14대 구매키로

복수의 기종이 참여하는 해군의 대잠초계기 도입사업이 선행연구를 하기도 전에 특정기종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수조원대의 긴급소요전력이 끼어들다보니 방위력증강예산이 고갈, 20년 넘은 중고품 구매로 압축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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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조 합참의장 주재로 지난달 개최된 합동참모회의는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잠수함에 대한 감시와 추적을 강화하기 위해 차기 대잠초계기 20대를 2018년부터 전력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대잠초계기 20대를 도입하기 위해 1조원에 밑도는 예산을 책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미 해군이 20여년간 사용하다가 퇴출한 'S-3B 바이킹'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항공모함 탑재용으로 개발된 S-3B는 1984년 첫 비행을 한 뒤, 100여대가 1994년까지 미 해군에 인도됐다가 퇴역하고 있다. 이미 퇴출된 기종을 도입할 경우 부품공급 등 운영유지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잠초계기 후보기종으로는 △에어버스 밀리터리의 C-295MPA △보잉의 P-8A 포세이돈 △록히드마틴의 SC-130J 씨허큘리스 등이 꼽히고 있지만, 총사업비가 모두 1조원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져 현재 책정된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다.

미 해군은 올해 P-3A 13대를 27억 달러에 구매, 1대당 2억 달러 넘게 지불했다. C-295MPA는 대당 800억원, SC-130J는 1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관계자는 "예산이 없다"면서 "20년 된 P-3C도 고쳐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S-3B도 쓸만한 것들을 골라 기골을 뜯어고치고 새 장비를 탑재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3B로 사업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26일 "지금은 선행연구를 위한 사전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로 아직까지 사업과 관련한 사항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내달 국방중기예산 확정을 앞두고 선행연구는 벌써 끝났어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해상초계기 외에도 육군은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CH-47D 치누크헬기 14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또다른 군 고위관계자는 "기체를 대당 50억~60억원에 사서 기본적인 것만 업그레이드하면 수백억원 하는 항공기를 80억원 정도에 전력화할 수 있다"며 "엔진은 신형으로 이미 교체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군 중고 잉여물자를 유상으로 구매하는 배경으로는 잇따라 수조원대의 긴급소요전력이 끼어들면서 국방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 잉여물자를 무상으로 지원받는 미맥스(mimax)사업은 1980년대까지 군 발전에 기여했다.

지난해 미사일 증강사업 등 8개 예산 4조3000억원이 추가된 데에 이어, 올해도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과 군 정찰위성 등의 명목으로 총사업비 2조원대의 예산이 끼어들었다. 이처럼 땜빵식 졸속예산이 매년 추가되면서 정상적으로 추진되던 사업들이 지연되는 등 차질이 빈번해지고 있다.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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