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웅의 문명국 비전 VIII

인재 흐름 사회법칙

2013-11-12 10:53:06 게재

입시철마다 자녀들 진학에 가족들 신경이 곤두선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특목고, 자사고를 거쳐 대학은 서울대 고대 연대 이대 등 SKY급 대학에 갔으면 한다.

이 경로(path)를 따르면 취업도 잘 되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읽기 수학 과학 등을 테스트하는 학업성취도(PISA)도 한국은 OECD 평균보다 높다.

그러나 좋은 학교 졸업한다고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졸업 후 관직에 가고 대기업 들어가 나중에 높은 자리에 올라 출세했다고 자처하겠지만 명문고 명문대 졸업생들의 반수 이상은 생각이나 기대만큼 스스로 만족하고 세상에 보탬이 되는 몫을 하지 못한다. 경쟁은 평생 이어져 탈락의 가능성이 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사회 인재 지형도며 흐름도가 바른지 가릴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1등은 강자고 꼴찌는 약자다. 둘이 경쟁하면 1등이 이긴다. 그러나 세상엔 약자가 반드시 약자가 아니며 강자가 항상 강자가 아니다. 최근 '다윗과 골리앗'을 낸 맬콤 글래드웰은 "투견장에서 번번이 지는 언더독(underdog)은 약자지만 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역설을 주장한다.

세상에 값진 것 중에는 어마어마한 힘에 대적해서 이기면 위대하고 아름답다고 인정받는다. 강자는 우리가 생각하듯이 항상 힘 센 자가 아니다. 강한 힘은 오히려 그 원천이 유약함일 수도 있다. 불리 속에 유리가 얼마든지 있다. 항상 1등 하다가 무너질 수 있고, 꼴찌 하다가 위대한 발명가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좋은 학교 졸업해도 성공 보장안돼

누구에게나 있는 잠재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엘리트보다 매스(mass), 질보다 양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엘리트 교육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공부 1등, 경기에서 우승, 남의 표본이 되는 리더 등등 우리가 원하는 정상에 올라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모두가 다 그럴 수 없다. 설혹 정점에 이른다 해도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가를 가릴 수 있어야 하는데 부족한 인간이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400명 역사적 인물 중 75%가 결손가정, 과잉 소유욕, 독재적인 부모 등으로부터 고통을 받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자랐다. 20세기 저명한 소설가 극작가 예술가 과학자 중 85%가 문제의 가정에서 시달렸으며,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대학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또 리더들은 어릴 적부터 부모와 떨어져 외로움에 시달리고 상대적 박탈감에 지친 생활하기를 떡 먹듯이 했다. 간디 만델라 덩샤오핑 등 위대한 리더일수록 더했다.

지금과 같은 대학교육 시스템에서 큰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르지 않다. 엘리트 교육은 미국에서도 비판해 마지 않는다. 공부를 잘할수록 남과 소통할 줄 모르고, 아집에 휩싸이고, 자신의 값도 제대로 모르고,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도 없다고 한다.

다만 대학에서 공부하고 좋은 친구 사귀어 사회에서 네트워크 형성 잘 하면 제 밥벌이는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사는 공동체에서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모래알 같은 원자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더욱이 엘리트들이 애써 쌓은 지식과 이론으로 세상 문제 풀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고등교육에 목 맨 사람들을 실망시킬 뿐이다.

애써 입학하려는 학생만 불쌍할 뿐

대학은 현장에서 떨어져 있다. 실재를 알 수 있기엔 상아탑은 고고할 뿐이다. 실재를 안다는 것은 다만 감각기관이 외부에 만든 개념을 다시 시각과 청각 등을 통해 뇌로 받아들여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만 착각이나 오류가 한두개가 아니다.

대학에 있는 사람들조차 자신들이 연마하고 가르치는 이론들이 얼마나 틀린 줄 모르고 있으니 애써 입학하려는 학생만 불쌍할 뿐이다.

성공은 좋은 머리로 되지 않는다. 몸으로 부딪힐 때, 체성감각(somatosensory)이 남다를 때 이뤄진다. 엘리트교육을 받을수록 사회에서 희생하고 봉사하는 리더가 되는 것과 거리가 멀어진다.

이제 입학시험을 앞둔 우리 자식들에게 어디로 가라고 해야 할까. 인재 육성의 사회법칙을 크게 바꿔 문명국으로 가는 길을 제대로 열어야 한다.

서울대 명예교수 행정학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