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맘) 뜨개질하는 이정은 주부

2015-08-15 10:47:05 게재

“취미로 하던 뜨개질,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어 즐거워요!”

어머니에게 뜨개질을 배우기 시작, 중학교에 진학해 도안을 볼 줄 알게 되면서 독학으로 뜨개질을 했다는 이정은 주부는 ‘뜨개질은 내 삶의 일부다’라고 말한다. 취미로만 하던 뜨개질을 우연한 기회에 주변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게 되면서 또 다른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게 됐다는 그녀를 8월의 솜씨맘에서 만났다. 



수세미 뜨기로 시작된 재능 나눔
대화동 이정은 주부에게 일주일에 한 번 뜨개질을 가르치는 시간은 즐거움과 보람을 주는, 그리고 자신에게도 휴식이 되는 시간이다. 20여 년 넘게 취미로만 해온 뜨개질을 우연한 기회에 주변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게 되면서 작년 겨울부터 장항동 투썸플레이스 라페점에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그녀.
그 우연한 기회는 수세미 뜨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때 뜨개질로 뜬 수세미가 한창 붐이었죠. 그런데 주변 친구들이 모두 그것을 사다 쓰는 거예요. 그래서 ‘왜 사다 쓰냐. 만들어 써라’하면서 친구들에게 직접 뜨개질로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죠.”



친구들에게 가르쳐준 수세미 뜨기는 제법 반응이 좋았단다. 그 후 ‘그래, 일산에 사는 주부들은 평생 수세미를 사지 않고 만들어 쓰게 하자’는 마음으로 재능기부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카페에 글을 올려 수강생을 모집하면서 이곳저곳에서 뜨개질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 진행한 부모참여수업에서 만난 엄마들에게 뜨개질을 고정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 모임을 투썸플레이스 카페에서 계속 이어나가던 중 올봄 카페가 고양시 행복학습센터로 지정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대부분 뜨개질을 배우고 싶은 주부들이다.
“평소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분들과 뜨개질을 배우고 싶어 간 뜨개방에서는 수업료를 내야하고 간단하고 작은 소품들보다는 옷과 같은 큰 작품 위주로 해야 하니까 얼마 하다가 중단한 주부들이 계시더라고요. 또 인터넷 강의 들으며 집에서 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어려워서 할 수가 없어 실만 갖고 있던 그런 주부들도 있어요.”
카페에서는 자유롭게 모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고 같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끼리는 여러 가지 실을 구매해 나눌 수 있어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단다. 또 주로 아이 옷과 생활 소품들을 만들고 싶은 주부들이 모여 같이 하다 보니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친해질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취미로만 하다가 이렇게 가르치니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뜨개질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게 좋고 가르치는 일이 제게 맞는 것 같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하나씩 배워나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많이 느끼죠.”

  
  

앞으로도 뜨개질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 되고 싶어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뜨개질을 배우고 도안을 볼 수 있는 나이부터는 독학으로 뜨개질을 했다는 이정은 주부는 ‘뜨개질은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뜨개질을 하고 또 기분이 좋을 때도 뜨개질을 했죠. 아무런 생각 안 하고 하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어떤 때는 걱정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 몰두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요즘 취미로 계속해 오던 뜨개질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그녀가 뜨개질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봉사를 강조한 어머니 밑에서 봉사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했고 늘 ‘시간이 날 때마다 놀지 말고 봉사하라’는 어머니 말씀을 들으며 생활했단다. 그래서 일주일에 하루는 봉사하기로 마음먹게 됐고 보육교사의 경험을 살려 외국인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복지관에서 홀로 사시는 어르신께 도시락을 배달하는 봉사 등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김해에 사시는 어머니는 10년 넘게 홀몸노인급식봉사를 하셨죠. 지금도 꾸준히 봉사하고 계십니다. 작년 겨울에는 카페에서 하는 뜨개질 수업을 도와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씨는 많은 봉사를 해왔지만 요즘 ‘좀 더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뜨개질로 봉사할 수 있게 돼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또 자기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시간 내는 이 재능기부 수업은 그녀에게도 휴식이 된다고.
그녀의 바람은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뜨개질 수업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고 배우고자 하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자유롭게 모여 즐겁게 뜨개질을 하는 것이다. “뜨개질의 매력은 하다 보면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힘들어서 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작품 하나를 완성하면 그 뿌듯함이 정말 커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하는 사람도 도안을 보면서 그대로 뜨는 연습부터 해나가기 때문에 할 수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한 코 한 코 만들어 간다면 누구나 할 수 있지요.”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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