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품다’ 재능기부 자선연주회 열려

누군가를 향한 마음으로 연주하는 고사리손

2016-01-10 01:53:54 게재

2015년 4월에 태어난 서윤이(가명·9개월)는 선천성 거대결장증과 단장증후군을 진단 받고 홀트아동복지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배변주머니를 달고 위탁모의 손에 맡겨진 서윤이는 광범위 장관 절제술 등의 추가 수술 치료와 일반분유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특수 분유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라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서윤이를 위한 아주 특별한 연주회가 신부동 칸타빌레홀에서 열렸다.

아이들, 재능기부를 배우고 자선연주회를 열다!

2015년 겨울 연주회 ‘씨앗을 품다’는 불당동 씨앗 바이올린 스튜디오 학생 17명의 정기연주회다. 이날 연주회에 참여한 가족과 친구들은 꽃다발이나 선물 대신 연주회장에 마련된 기부함에 정성을 모았고 이날 모금된 80만7000원의 기부금은 홀트아동복지회 서윤이에게 전달되었다. 아이들이 준비한 동전부터 가족들의 정성이 모인 모금액은 연주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이 연주회는 바이올린 멘토이자 뮤직가튼 전문강사인 홍성은씨의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통상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의 정기연주회는 그간 기르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실수하지 않는 연주를 보여주기 위해 선생님과 아이들이 공을 들이고 가족들이 모이는 정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성은씨는 “아이들에게 완벽하게 잘 하는 연주보다 마음을 담고 정성을 다하는 연주를 가르쳐 주고 싶었다”며 “음악은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정기연주회의 방향을 잡은 홍성은씨는 바이올린을 배우는 아이들과 제일 먼저 재능기부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재능 =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기부 =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 등 아이들은 사전을 들춰가며 의미를 배웠고, 연주를 통해 마음과 정성을 나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홍성은씨와 나누었다.
홍씨의 제안에 학부모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 나눔이나 기부에 대한 마음이 있지만 적절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고 아이들과 함께 누군가를 돕는 일에 기꺼이 참여하기로 마음을 모은 학부모들 덕분에 연주회는 일사천리로 준비되었다.

“서윤아, 이제 그만 아프자” … 악기연주로 응원하는 아이들

홍씨는 연주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아이들의 정성을 전할 기관을 찾다가 홀트아동복지회와 연결되었다. 다른 여러 기관의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홀트아동복지회가 가장 체계적으로 기부를 받았고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증서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서윤이의 사연을 접한 홍씨는 그 자리에서 서윤이를 기부대상자로 정했다. 이후 아이들은 서윤이의 사연이 적혀 있는 사진을 앞에 두고 연주회 준비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서윤이에 대해 궁금해 했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마음으로 돕기를 바랐다. 서윤이를 응원하는 편지를 써서 준비하고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연습에 임했다.
드디어 연주회 당일 아이들은 집중도 높은 연주를 보여주었고 분위기는 자못 엄숙하기도 했다. 홍성은씨는 “실은 예상보다 훨씬 많았던 기부금에 깜짝 놀랐어요. 홀트에서도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하시더군요”라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이 음악을 통해 자라난 것에 보람을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기량이 뛰어난 연주를 위해 정형화되고 경직된 기술을 채우듯 연주를 준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진심을 담은 연주를 경험한 아이들이 훨씬 더 성숙한 음악적 감수성을 지니고 생명력 있는 연주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홍씨는 거리 연주나 병원 연주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영감을 주는 연주를 할 수 있고 또 누구나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음악은 인간의 감성을 다루고 자신의 감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요.” 
씨앗 바이올린 스튜디오의 정기연주회는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음악이야말로 사람들 사이의 소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문의 :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804번지 303호. 010-7920-9612

■ 바이올린 멘토 홍성은씨에게 듣는 바이올린 배우는 팁

- 바이올린은 아이들의 체격에 맞춘 악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적기교육이 가능하다.
- 왼손으로 줄을 잡아 음정을 맞추고 오른손은 아래위로 활을 움직이기 때문에 두뇌개발에 탁월하다.
- 악기를 보면서 음계를 찾지 않고 소리로 음을 찾기 때문에 음감을 익히기 좋다.
- 악기를 소지하기 간편해 어느 곳에서나 연주할 수 있다.
- 자기의 감정표현에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악기연주를 통해 자기표출을 연습할 수 있다. 반대로 감정표현의 폭이 지나치게 큰 아이들은 연주를 통해 어떤 범주 안에서 자신을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예체능을 가르치겠다는 마음으로 자녀에게 바이올린을 시키거나 어느 기간 어디까지 진도 나갈 수 있냐고 상담하는 학부모께는 차라리 좋은 연주 CD를 구입해 아이에게 자주 들려주시라고 권한다. 그것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다.
-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앙상블 연주를 권한다. 아이들이 함께 연주하면서 서로 음을 맞추고 파트에 따라 소리를 조절하며 스스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극복하는 기회가 된다.
- 큰 재능이 없어보여도 아이가 진짜로 좋아하면 전공을 하거나 악기연주를 끝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대학에서 진짜 연주를 잘 했는데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사는 경우도 많다. 결국은 좋아하는 사람이 끝까지 하고 즐겁게 한다.

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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