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정치 | 박근혜의 말
비정상적 국정, 비정상적 언어에서 시작
이상했다.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런데도 '한 나라 대통령의 말솜씨가 이 정도라니…'라는 말은 잡담 사이에서 한 줄 걸치는 정도였다.
'불우하게 살아온 결과'라는 누구나 수긍할 만한 답을 내놓고는 화제를 돌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들은 분명 '대통령답지' 않았지만 너무 많이, 자주 반복되다보니 '그러려니'로 변했다. 임기말로 갈수록 국민, 입법부, 비판세력을 향한 적대감이 고스란히 말 표면으로 올라왔다. 단어 결은 거칠었다. 주먹으로 책상을 치는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저자 최종희씨는 박 대통령의 행동을 '언어'로 분석했고 그 '언어'에서 국정농단사건 '최순실게이트'의 전조를 읽어냈다.
'박근혜의 말' 초고는 '최순실게이트'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한참 전인 지난 6월에 나왔다.
"유난히 박근혜의 괴상망측한 어법에 관심을 갖게 되어 그 뿌리를 찾아 매달린 지 1년만"이었다. 수정보완 과정에 사건이 터졌지만 최근 상황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고발들이다. 박 대통령의 말과 저서, 사적 기록, 주변의 관련 증언들을 역사적으로 연결하면서 분석해냈다.
저자가 붙인 '근혜체'가 유체이탈(사과할 줄 모르는 대통령의 마음속)과 함께 오발탄(웃어넘기기엔 씁쓸한 블랙코미디), 영매(국사당 원무당의 재림인가), 불통 군왕(혹은 장기판 공주), 피노키오 공주(대중을 속인 언어 성형정치), 전화통 싸움닭(고상한 정치인의 속물성) 등 6가지 어법으로 분류됐다.
'최순실게이트' 이후 3차례의 박 대통령 사과문에 들어있는 '금방 들통 날 거짓말들', 국민이나 입법부를 향한 '적개심 가득한 언어', 원고에 써 있지 않은 말을 할 때 보여준 '난수표같은 비문들', 독대 없이 서면이나 전화에 의한 대화와 지시, 주로 사적인 공간인 관사에서의 업무처리 등 수년간 이어져온 궁금증들을 실타래처럼 풀어준다.
저자는 유년시절 '비정상적 사회화'를 짚어냈다. 유승민에 꽂힌 '배신'이라는 단어의 반대말이 '정성스런 태도'이며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에 삶이 지배돼 왔다는 해석은 한참 비워있던 퍼즐 같았다.
박 대통령의 '말'을 알아들은 최태민이 '고맙고 진실한 사람'이 된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