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미국 전기자동차업체), 미래가치인가 '폰지사기(피라미드식 사기수법)'인가

2017-04-13 11:12:49 게재

묻지마 주가상승에 '거대한 거품' 지적

최근 테슬라의 시가총액(515억달러)이 포드의 450억달러를 앞지른 후 일주일 만에 GM(502억달러)을 앞섰다. 세계 자동차 회사 중 시총 순위는 도요타(1731억달러)가 1위, 독일 다임러와 폭스바겐이 각각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4·5위는 BMW와 혼다가 차지하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세계 6위다. 조만간 시총 520억 달러인 혼다도 제칠듯 보이는 '파죽지세'의 진격이다.
테슬라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가 2월 13일 두바이에서 열린 한 기념행사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 세계자동차업계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딜러그룹인 '오토네이션' CEO 마이크 잭슨은 "희대의 폰지사기거나 대박 조짐이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그는 "테슬라의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와 관련해 완전히 '불가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내일신문 2016년 5월 25일 13면 '테슬라, 지속불가능한 불법피라미드' 참조).

잭슨은 테슬라의 자동차나 품질, 전기자동차 대 내연기관 자동차의 비교를 언급한 게 아니었다. 테슬라가 510억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느냐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물론 테슬라가 이룬 것은 많다.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역사가 오래된 전기자동차를 21세기에 다시 부활시켰다. 그것만으로 위대함을 인정받아야 한다. 1800년대 첫 등장한 전기자동차는 당시 증기동력 자동차나 말(horse)과 경쟁했지만, 곧 내연기관 자동차에 밀려 사라지는듯 보였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대부분 전기자동차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테슬라를 비롯해 이들 업체는 1800년대와 동일한 문제에 여전히 가로막혀 있다. 바로 배터리다. 하지만 기술이 날로 진보하면서 비용과 무게, 지속시간 등 배터리가 가진 단점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문제가 해결되면 자동차 시장에선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의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자동차정보업체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테슬라는 미국에서 4050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 0.26%로, 테슬라에겐 역대 최고치 기록이다. 포르쉐 점유율과 동일했다.

반면 GM은 같은 달 25만6007대를 팔았다. 시장점유율 16.5%다. 달리 말하면 GM은 테슬라보다 63배나 더 팔았다. 테슬라가 3월 판매량보다 4배를 더 판다고 해도 시장점유율 1%에 그친다.

테슬라의 재무실적은 기업가치에 더 큰 의구심을 던진다. 테슬라는 지난 1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손실을 냈다. 누적 적자가 29억달러에 달한다.

주가는 미래수익 또는 현금흐름을 반영한다는 고전적 통념이 있다. 그렇다 해도 테슬라가 향후 돈을 벌 것이라는 낙관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다. 대신 앞으로도 수십억달러의 투자자 돈을 계속 소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금융매체 '울프스트리트'는 "주가가 미래수익을 반영한다는 점에 근거하면 테슬라의 주가는 현재 제로(0)가 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의 순손실과 달리 GM은 지속적으로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2010년 이후 테슬라는 27억달러의 순손실을, GM은 471억달러 순이익을 냈다.


누적적자 29억달러, 개선조짐 없어

하지만 GM과 달리, 테슬라는 막대한 손실과 마이너스 현금흐름에도 불구하고 파산하지 않았다. 이유는 뭘까. 테슬라는 투자자와 금융권으로부터 신규자금을 끌어들이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테슬라가 기존 투자금을 소진한다고 해도 또 다시 새로운 자금을 수혈받을 것이기 때문에 파산에 이르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파산하는 경우는 한정적이다. 투자자들과 금융권이 기존의 손실을 떨어내고자 할 때, 즉 '더는 안되겠다'고 판단할 때다. 그렇게 되면 해당 기업은 투자는커녕 운영비 충당도 어려워 결국 파산전문 변호사를 찾는 수밖에 없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바로 GM에 닥쳤던 일이다. 당시 GM은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어느 순간 금융권과 투자자들이 '이젠 GM을 잊자'(forget it)고 했다. 2009년 GM은 파산보호신청을 내야 했다.

만약 은행과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손실과 현금소진에 관심을 갖기로 결정한다면 이들 역시 테슬라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주식시장에서 당장 그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GM에게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그렇다면 GM은 과소평가됐을까. 그렇지는 않다. GM은 미국 내 굉장히 치열한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달 판매량 1.5%를 늘리기 위해 막대한 인센티브를 쏟아부어야 했다. 지속적인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올해 총 판매대수는 지난해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서브프라임 자동차대출 악재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중고차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GM과 비교하면 테슬라는 터무니없이 과대평가됐다. 하지만 '오토네이션' CEO 마이크 잭슨의 언급처럼 "불가해한 이유"는 아니다. 울프스트리트는 "연준의 증시부양으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오른 금융환경에 힘입은 바 크다"며 "게다가 향후 테슬라의 주식 공개와 전환사채 발행 등에서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기대하는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각종 '보고서'를 빙자해 테슬라를 하늘 높이 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 배 채우는 월가, 테슬라 띄우기

한편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테슬라의 과대평가를 파악할 수 있다.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테슬라가 대표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디트로이트의 전통적 자동차업체보다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상당히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시장조사 업체 네비건트 리서치는 △자율주행차량의 비전 △시장점유율 △기술 △상용화 전략 △파트너십 △생산력 △마케팅 △유통 △판매 △소비력 등 10개 항목을 지표로 자율주행차 개발 차량을 종합 평가한 결과 포드가 가장 앞서 있으며 GM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르노-닛산(3위),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4위), 폭스바겐(5위)이 뒤를 이었다. BMW가 6위,구글의 자율주행차 회사 웨이모(Waymo), 볼보와 오토리브의 조인트 벤처 제누이티는 공동 7위이며 부품업체 델파이는 9위, 현대차그룹은 10위에 올랐다. 반면 테슬라는 12위, 우버는 13위에 랭크됐다.

포드는 113년 넘는 전통과 스타트업 업체인 아르고 인공지능 회사에 10억달러 투자하는 등 그 외 자율주행차 센서 생산업체인 멜로다인 등과 같은 스타트업 회사에 지속적 투자 유치했으며, 2021년에는 페달과 핸들이 없는 자율주행차를 대량생산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높은 성장률에 총점 100점 만점에 85점을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GM 역시 100년 넘는 전통과 차량호출업체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하고, 지난해 스타트업 업체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는 점을 감안해 총점 84.8점을 기록했다.

구글 웨이모는 기술면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생산전략, 판매, 마케팅,유통 등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으며 7위에 랭크됐다. 네비건트 리서치는 "센서 라이더(LiDAR)와 250만마일 이상 자율주행차 시범주행을 해왔기에 기술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생산전략이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시장점유율과 비전에서는 상위권이나, 센서 기술면에서 낮은 점수를 차지하지 못해 중하권에 랭크됐다. 네비건트 리서치는 "테슬라는 라이더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테슬라 오토파일럿 2.0 시스템은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주로 젊은층만 선호한다는 점에서 구매력이 낮고, 모든 주에서 상용화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유통면에서도 낮은 순위에 랭크됐다.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과대평가

지난해 5월 15억달러의 신규투자금을 거둬들인 테슬라는 지난달 다시 12억달러를 모금했다. 테슬라는 막대한 현금을 소진하는 중이다. 투자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챙기고 있다. 테슬라 덕분에 금융권 CEO들의 보너스도 하늘 높은 줄 모른다.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과대선전하고 고객에게 팔아넘기면서 잔치를 벌이고 있다. 울프스트리트는 "이런 상황에서 모든 이들이 행복하다"며 "냉철한 현실감각으로 테슬라의 주식을 팔아치운 '바보들'만 땅을 치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주가가 오르는 한 테슬라의 방정식은 전혀 흠잡을 데가 없다. 앞으로 테슬라 주가는 더욱 오를 전망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증시를 계속 부양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게 울프스트리트의 주장이다. '사자! 사자! 사자!'의 물결은 자기충족적 예언이다. 기대하는 대로 상황이 움직인다. 하지만 영원할 수는 없다. 그때까지는 현실이 어떻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최근 연준조차 부풀어오른 미 증시에 불안감을 내비쳤다. 테슬라 주가는 그런 증시를 가장 잘 활용하는 대표적 기업이라는 평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