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경험자가 암경험자를 돕는다 … "자연스런 배려, 정신건강에 큰 도움"
아미다해 사례
이번 전시회에는 모두 12명의 암경험자들이 모델로 나서 투병 중에 가려졌던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껏 내보인 사진 작품들을 전시하고 페이퍼 플라워로 제작된 '괜찮화' 꽃을 관람객들이 구입해 암경험자들의 네버랜드를 함께 만들어갔다.
'암티플'은 암경험자를 위한 비영리단체 '아미다해'와 토탈 스타일링 전문업체 '스타일그래퍼'가 공동 주최하고 스탭의 재능기부로 진행됐다.
아미다해는 암티플 주인공과 서포터즈들이 모여 올 3월에 설립했다. 암티플과 자조모임(독서모임 걷기모임) 활동을 한다.
유방암 경험자인 조진희 아미다해 이사장은 16일 "암 환우는 암 환우가 돕는다는 슬로건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아미다해'는 자조모임을 활성화하고, 암경험자를 메이크업하는 암티플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한다. 현재 21명이 참여했다.
이런 아미다해의 활동 동력에는 암경험자운영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
# 영어MC인 정선우씨는 기스트(위장관기질종양)고위험군으로 지난해 7월 응급수술을 했다. 표적치료제 글리벡(이마티닙)을 매일 복용하며 3개월마다 추적관찰 중이다.
정씨는 수술을 하고 난 뒤 암에 대한 책을 검색하다가 아미북스를 알게됐다. 암관련 책들은 '어떻게 하면 오래 사나'류가 많은데 아미북스 책들은 '암경험자들의 생활과 생각이 담겨있으며 밝은 느낌'이 강했다. 아미북스 대표(조진희 아미다해 이사장)의 '암 환우는 암 환우가 돕습니다' 라는 슬로건에 공감해 아미다해에 참여하게 됐다.
건강관리를 위해 최대한 규칙적으로 조리해 먹고 운동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한다. 암티플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수의 아미다해 활동을 하면서 암경험자들과 '수다'를 떨고 모임 활동을 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정씨는 13일 오후 서울숲에서 "남자들은 자신이 암경험자임을 밝히는 암밍아웃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며 "30대 초반 제자가 수년 전 혈액암에 걸린 암 선배였지만 잘 몰랐다. 암밍아웃을 하면 취업이 어렵다고 하더라. 암경험자의 취업활동에 대한 사회와 기업의 인식 개선과 배려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영란씨는 유방암 경험자다. 2020년 진단받은 도시 농부이다. 조씨는 인스타에서 아미북스 암경험자 저자들의 글을 보고 만나보고 싶었다. 송추 갤러리에 초대받아 2편의 저자들을 만나 경험담을 들었다. 암진단을 받은 후 생을 업그레이드하는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조 대표의 활동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아미다해에 참여했다.
조씨는 13일 오후 "암환자를 만나면 아픔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 배려하고 편안해 지고 긍정적인 시너지를 나눈다"고 말했다.
암경험자들은 암이라는 단어를 접하는 순간 암담하고 '왜 이런 일이 생겼나'하는 공통적인 충격 상황을 겪게 된다.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 암경험자는 가정 살림과 자녀 돌봄 등에 어려움이 많다.
조씨는 "엄마가 암환자가 되면 가정 전체가 힘들어진다"며 "아이들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배려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암경험자에게 암은 급작스럽게 닥친 상황인데 이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얻는 게 있다고 한다.
조씨는 "암 진단 후 건강 걱정으로 온라인 검색을 자주했는데 이제 하루하루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다혈질에 욱하는 성질도 많이 내려 놓았다. 한 박자 느리게 가더라도 괜찮은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 윤은정씨는 유방암 경험자이다. 2020년 진단 받았다. 메디컬 허브를 다루는 국제 허벌리스트이다.
윤씨는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다른 암환우들이 병을 이기고 씩씩하고 희망차게 잘 사는 모습을 보고 나 또한 다른 암환우에게 희망을 주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지난해 만난 아미북스 조 대표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암티플 프로젝트 매니저 활동을 하겠다고 자처했고 아미다해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운영진으로 합류했다.
아미다해 활동 처음에는 가족들이 '몸을 돌봐야지' '애들을 키워야지'하며 활동에 대해 반대를 했지만 지금은 '우리딸 장하다' '좋은 일 하는구나' '애들은 엄마가 봐줄게' '너 하는 일 응원해줄게'라는 지지로 바뀌었다.
윤씨는 아프면서 메디컬 허브 공부를 시작했고 국제 허벌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대학에 편입해 한약본초 관련 공부를 한다. 식단과 먹거리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가지만 스트레스 해소나 심리치유 등 마음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미다해에는 다섯개의 독서모임이 있다. 윤씨는 건강독서모임 리더를 맡고있다. 최근 한강에서 아미다해의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암 환우들과 시를 읽고 건강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경험을 소통하고 마음을 나눈 자조모임이 마음치유에 많은 도움이 됐다.
윤씨는 "암환우도 장애인처럼 사회에서 보호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표준치료 후 충분히 사회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보장받는 게 거의 없다. 치료 후 직장을 그만두거나 복귀하지 못해 생계도 어렵게 된다.
윤씨는 "장애인 취업 지원제도처럼 암환자를 채용하면 기업에 이점을 주는 제도가 생겨야 하고 경력단절이 된 엄마들에게 단기 일자리 등을 제공하는 것처럼 암경험자들에게도 국가가 지원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아미다해 이사장은 "아미다해 활동을 통해 암경험자를 만나고 위로하면서 제 자신도 치유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암에 걸렸다고 혼자 고립되어 집에 머물지 말라.당신처럼 암을 겪은 친구들이 많으니 세상 밖으로 나와서 같이 치유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