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귀한 어린이 '큰손'으로 등장

2023-10-17 11:52:20 게재

10명 주머니가 한명 육아 '텐포켓 키즈' 신조어

출산율 감소하지만 최고급 제품군 판매 증가

# 30대 A씨는 잦은 변비로 고생하는 생후 8개월 딸에게 미국 이유식 브랜드 '거버 푸룬 퓨레'를 챙겨주고 있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른 제품도 있지만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에 육아 선배들에게 추천받은 이 제품을 고집하고 있다.
11번가는 지속성장하는 유아동 제품시장을 겨냥해 전문관 '키즈키즈'를 17일 열었다. 사진 11번가 제공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을 기록했다. 출산율 감소 추세는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이 인구절벽에 다다랐다는 경보가 울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아동시장에는 '적게 낳은 만큼 귀하게 키운다'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부모와 조부모 이모 삼촌뿐만 아니라 지인까지 아이 한명에게 10명 지갑이 모인다는 의미인 '텐포켓 키즈'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런 소비 트렌드를 타고 고급제품 수요는 끝없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어린이 식품시장에서는 해외직구가 강세다.

G마켓은 최근 5년 간 수입분유 거래액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해외직구를 통해 수입분유를 구매하는 수요도 크게 상승해 전년대비 2021년에 104%, 2022년에 26%, 2023년(1~9월)에 39%가 늘었다. G마켓과 옥션은 수입분유 당일출고 서비스인 '맘마배송'을 도입했다. 국내 선호도가 높은 독일 분유 '압타밀'을 정오이전 주문시 독일 현지에서 바로 발송한다.

유아간식과 이유식도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건강·웰니스 특화 해외직구 쇼핑몰 아이허브에서는 미국 네슬레 이유식 브랜드 '거버'가 인기다. 글로벌 구매후기를 살펴보면 "아이가 좋아한다" "믿고 먹인다" 등 한국어 리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아 직구를 선택하는 것인데 직구를 통해 가격적인 이점도 누릴 수 있다.

아이허브 주력 분야인 영양제 카테고리에서도 영유아용 제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이허브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브랜드 '바이오가이아' '프로바이오틱 드롭 위드 비타민D' 제품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올 3분기 71%가량 뛰었다. 신생아부터 섭취 가능한 해당제품은 튜브형 용기에 담긴 액상타입으로 사용이 간편하고 비타민까지 한번에 보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조리원 필수 준비물'로 불리는 등 출산을 준비하거나 신생아 자녀를 둔 고객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아이허브는 베이비·키즈 카테고리 인기 배경으로 품질관리시스템을 꼽는다.

최지연 아이허브 코리아 이사장은 "아이허브는 판매 중인 전제품을 자체 물류센터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며 "자동 냉방설비 등 제품별로 최적 조건이 설정된 환경에서 품질이 철저히 지켜지는 만큼 아이를 위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욱 믿고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패션시장에서도 유·아동 제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아동복시장(신발 제외)은 2021년 1조9952억원에서 지난해 2조1227억원으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특히 명품시장은 아이를 위해 아끼지 않는 소비 트렌드 덕을 톡톡히 봤다.

현대백화점 1~4월 아동 명품 매출성장이 28.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수입아동제품군 매출이 25.7% 뛰었다. 유통업계는 이에 발맞춰 관련 제품을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5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톰브라운키즈 임시매장을 열고 아동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신세계백화점은 5월 강남점에서 '톰브라운키즈 컬렉션' 임시매장을 열었다. 3월에는 국내 최초로 '베이비 디올'을 입점시키기도 했다. 현대백화점도 압구정 본점에 '베이비 디올'이 문을 열었고, 롯데백화점은 본점에 '몽클레르앙팡'을 유치하면서 백화점마다 다양한 최고급 아동복 제품군을 키우고 있다.

이커머스 11번가(www.11st.co.kr)도 최신 아동상품을 빠르게 살펴보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키즈 전문관 '키즈키즈'를 17일 선보였다.

11번가는 고객구매 데이터와 검색 지표 등을 기반으로 패션을 중심으로 도서·교구 스킨케어 레저입장권 등 10여개 상품군에서 5~12세 어린이를 위한 상품을 엄선해 선보인다. 현재 공식 브랜드 본사, 백화점, 전문몰 등과 협업해 80여개 키즈 패션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물티슈 분유 등 육아용품 도서 교구 등 카테고리별 인기 상품도 추천한다.

키즈키즈는 일과 육아로 바쁜 요즘 엄마들을 위해 '편리함'에 집중했다. 유아동부터 10대 초반 아이들을 위한 패션브랜드와 상품을 폭넓게 소개하고, 키즈여아 키즈남아 등 4가지 카테고리로 세분화해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최적화된 상품을 제안한다.

11번가는 "소중한 아이 한명에게 집중 투자하는 트렌드와 엄마가 된 밀레니얼 세대 가치소비경향을 반영해 상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패션업체 한세엠케이는 아동복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NBA키즈, 플레이키즈-프로, 모이몰른, 리바이스 키즈, 컬리수 등 국내외 매장을 늘리고 있다. 아동 스포츠 복합매장인 '플레이키즈-프로'는 올해 나이키키즈를 포함, 5곳 매장 개장을 앞두고 있다. 나이키키즈 바이 플레이키즈는 지난해 잠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을 매장을 연 이후 월 평균 2억원 매출을 기록해 큰 호응을 얻었다. 단기간에 5호점까지 매장 확대에 성공한 나이키키즈는 지난달에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을 열고 부산지역까지 공략한다.

업계 관계자는 "출생률이 감소하며 그만큼 더 귀해진 자녀나 조카, 손녀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경향은 사그라들지 않는다"며 "프리미엄 유아동용품 분야는 높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 만큼 관련 업계는 해당 카테고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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