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대형병원 간호사 채용 ‘중단’
상반기 중앙대병원 1곳만 채용 진행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경영난에 빠진 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잠정 중단했다. 대학병원 중 올해 상반기 간호사를 채용하는 곳은 1곳에 그쳤다. 일부 간호대 4학년생들은 취업난에 졸업을 미루고 ‘휴학’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중 올해 상반기에 신규 간호사 채용을 진행 중인 곳은 중앙대병원뿐이다. 하반기에도 채용이 예정된 곳은 원광대병원 정도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예비 간호사들이 여러 병원에 중복으로 채용돼 일부 병원에 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곳을 대상으로 ‘동기간 면접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간호사 채용 시기를 맞춰 7월에 18곳, 10월에 4곳의 상급종합병원이 동시에 최종면접을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 이탈로 병원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일부 대형병원은 인건비 감축을 위해 간호 인력을 중심으로 무급휴가를 시행하는 등 기존 간호사들의 고용까지 불안한 상황이다.
대한간호사협회 관계자는 “수입이 줄어드니 간호사들에게 무급휴가를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져 한 병원은 30일까지 쓸 수 있던 휴가를 100일로 늘리기도 했다”며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직장을 잃을까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간호사는 전년도에 뽑아 2월 국가시험 발표 후 성적순으로 채용하는데 이게 중단된 상태”라며 “4학년 대상 예비간호사 모집 공고도 나야 하는데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이들 병원은 거의 매년 세자릿수 규모의 신규 간호사 채용을 했다. 하지만 올해 안에 내년도 신입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간호대생들은 취업난에 휴학까지 고려하고 있다.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로 대학을 졸업하느니,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게 덜 불안하고 향후 취업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간호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간호사를 준비하는 모임(간준모)’에는 ‘휴학할까 싶어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