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청년 도배사 송연주 “도배는 나의 미래, 인테리어는 나의 꿈”
여성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대구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했다. 1종 대형 운전면허를 따는 등 경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 편의점, 음식점 알바부터 시작해 자동차 딜러까지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올해 만 서른 한살인 도배 전문가 청년 송연주 ‘도배있송’ 대표의 이야기다.

평소 ‘손재주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송 대표는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했다. 택배 포장, 세차, 자동차 썬팅 등 섬세한 작업을 하면서 손으로 하는 일에 대해 점점 매료되기 시작했다. 닦고 자르고 바르고 붙이는 작업을 하면 힐링이 되고 보람을 느꼈다. 그러면서 나만의 기술을 가진 직업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대구직업전문학교에 등록해 도배일을 배웠다.
적성에 맞았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을 마무리 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 내 손끝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도배를 하고 난 후에 완전히 다른 색감으로 새롭게 변신하는 주택이나 아파트 거실과 방 사무실 등의 공간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 이곳에서 누군가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을 생각하니 힘들었던 일들이 보람이 되고, 기쁨이 되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대구직업전문학교 훈련이 끝난 후 숙련된 도배 기술을 습득하기 대구 경북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도배에 집중 했다. 오전 6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일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년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아무리 먼 거리라도 아침 6시에는 현장에 도착해야 하기에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발하는 때도 많았다.
건설 현장에 도착해 무거운 벽지를 들고 나르고, 풀을 바르고, 벽에 붙이고, 마무리 청소까지 해야 하는 일은 그녀에게는 노동이었다. 그래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퇴근하면 녹초가 되어서 잠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몸살도 나고, 입술도 부르텄지만 온몸으로 버터 냈다. 그리고 힘들때는 노래를 불렀다. 고등학교(경북예고 졸업)때 성악을 전공했던 터라 복식호흡을 하면서 발성을 하면 힘든 일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몸은 힘들었지만 도배가 싫지 않았다. 쳐다도 보기 싫다며 일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지만, 재미가 있었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니, 일도 빨리 배울 수도 있었고, 실력도 쑥쑥 늘어 났다. 지금은 도배하기 가장 어려운 조건과 환경을 만나도 두렵지가 않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실력과 자신감이 도배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배를 배우는 초년기 시절에는 대구 수성구 달서구 경북 구미 경산 등 신축 아파트 공사장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그래서 송씨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20대 여성 청년 도배사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눈에 띄는 그녀들’ 등 방송사에도 출연 제의 연락이 왔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직 배우는 단계라며 출연하는 것을 고사했었다.

대구 달서구 수성구 범어동 만촌동 황금동 그리고 시지 및 경북 경산 영남대 인근과 칠곡 구미 김천 포항 등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매일 시공한 도배 작업은 송씨의 실력을 일취월장하게 만들었다. 남들이 수년에 걸쳐서 이루어야 할 부분들을 1년 만에 해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3년을 도배에 미(美)쳐 살았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대에 적성에 맞는 도배 일을 선택해 여기까지 왔다.

송 대표는 “건설회사를 운영하시는 아빠의 반대가 가장 컸다. 도배가 그 어떤 일보다 힘들다는 것을 아시기에 강력하게 반대하셨다. 오기가 생겼다. 아빠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나 스스로 일어서서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죽기 살기로 일에만 집중했다”며 도배 입문 초기에 힘들었던 점을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아빠가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여러 가지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지금은 웬만한 대기업 직원의 연봉을 수준을 뛰어넘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목표가 아니기에 여전히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등에도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있다. 주말에는 평상시에 도배가 모두 끝나고 비용도 모두 지불해 거래 관계 유지가 해소된 고객의 도배 현장을 다시 찾아가 본다. 작업 당시에 시공했던 부분들이 잘 마무리가 되어 있는지, 혹시라도 도배지가 마르는 과정에서 잘못된 곳은 없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의 만족도가 높고, 도배 시공 소개도 연결된다.

송 대표는 그동안 익힌 도배 기술에 더해 붙박이장 등의 시트지 작업과 장판 마루 일도 더 하고 있다. 최근엔 대구에서 수원 국비지원학원까지 가서 배우는 것이 있다. 장안구에 있는 수정인테리어기술전문학원에서 인테리어필름 실무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앞으로 타일 및 생활 방수 페인트 시공과 도어락 싱크대 전기배선 등 집수리 과정까지 마스터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일감이 늘어나면 대형 트럭을 직접 몰고 가서 도배지 등을 대량으로 구입해 저렴하게 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꿈도 갖고 있다. 그리고 도배 준비물 초배지 풀바르기 등 셀프 도배 하는법과 관련된 매뉴얼을 만들어서 누구나 손쉽게 도배를 할 수 있게 공공 정보를 제공하고, 또 오래된 집을 새롭게 바꾸는 실내인테리어 같은 일에도 계획을 세워 배워 나갈 예정이다. 그래서 법인회사를 만들어 전문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지금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 전에 이루어야 할 목표다.

송 대표는 “도배 작업을 할 때마다 도배사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생활하고 거주하는 모든 공간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창조하는 예술가인 것이다. 성악을 할 때처럼 기쁘게 노래하면서 일할 수 있고, 경찰을 꿈꾸었을 때처럼 매의 눈으로 보수할 곳조차 없이 완벽하게 일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을 바르는 진정한 도배사다”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이제 벽은 더 이상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 아니다. 여성의 벽, 청년의 벽, 편견의 벽까지 넘어선 여성 청년 도배사 송연주 대표가 도배해 나가는 미래가 기대된다.
전득렬 팀장 sakgan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