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변제수용’ 이춘식…큰아들 “반대 입장, 형제와 취소 논의”
“아버지 정상적 의사소통 어려워…변제 동의 의사표시 납득 안돼”
‘일제 강제징용 피해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한 이춘식 할아버지의 큰 아들이 “반대 입장”을 선언하고 “형제와 취소 논의를 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제3자 변제안’을 둘러싼 분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변제안’은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내야 할 손해배상금을 국내 기업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갚아주는 방식이다
이춘식 할아버지의 큰 아들 이창환씨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앙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아버지가 제3자 변제를 수령했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아버지는 의사를 정상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 할아버지의 ‘제3자 변제안‘ 수용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씨는 “형제 일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접촉해 수령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반대 입장이었다”며 “오늘 형제들을 설득하려 광주로 갈 예정이었는데 뉴스를 통해 아버지가 판결금도 지급받았다는 내용을 갑작스럽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노환과 섬망증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정상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제3자 변제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강제동원지원재단에 했다는 것이 아들로서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게 형제들에게 현재 상황이 왜,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누가 서명한 것이고 누가 돈을 수령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며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재단 등에 따르면 이 할아버지측은 이날 오전 재단으로부터 대법원의 손해배상 승소판결에 대한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수령했다. 이로써 지난 2018년 두 차례의 대법원 판결로 승소한 생존 피해 당사자들은 모두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3월 강제징용 한일 갈등의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안’을 받아들였다.
한편 이날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앙법원 민사37단독 김민정 판사는 김 모씨 등 9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또 장 모씨 등 5명, 이 모씨 등 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원고들에게 각각 8800만원, 1억원씩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본 정부는 중일 전쟁, 태평양 전쟁 등 불법 침략 과정에서 군수공장에 필요한 인력 확보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조직적으로 인력을 동원했다”며 “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의 인력 동원 정책에 적극 동참하며 강제 동원해 부상·사망 위험이 큰 환경에서 급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채 강제노동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로 인해 망인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정신적 고통에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