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채권시장 전망 “부정적 요인 많아”
국고채 201조원 발행…트럼프 트레이드 여파
3월부터 7월까지 월평균 21조 물량 소화해야
내년 국내 채권시장에는 부정적 요인이 많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역대 최대인 201조원 규모의 국고채가 발행되고,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재정적자 확대 및 미국 국채 발행 증가 자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 대선 이후 채권금리와 환율의 변동성 증가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투자협회는 26일 ‘2025년 채권 및 크레딧시장 전망과 투자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채권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국고채 발행 증가, 트럼프 재집권 영향 등으로 한국 채권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말 2025년 국고채 연간 발행 한도를 201조3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42조원 이상 늘려 제시했다. 역사상 첫 연간 200조원 국고채 발행 규모로 차환물량은 117조5000억원, 순증물량은 83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고채 발행량은 만기별로 2~3년물은 (-)1조3000억~12조원, 5~10년물은 13조3000억~41조7000억원, 10년 초과물은 2000억~15조4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후 늘어난 단기물 비중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낮출 경우 국고 5~10년물 발행량이 가장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023년 월간 발행 비중을 토대로 내년도 월간 국고채 발행량을 계산하면 상반기 월평균 19조8000억원, 하반기 13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3월부터 7월까지 월평균 21조원대의 대규모 국고채 발행 물량을 소화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고채 발행량 확대는 시장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 물량 부담을 완화시켜 줄 요인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다. WGBI 추종 자금은 약 2조5000억달러로 한국은 2.22% 비중이다. 다만 WGBI에는 내년 11월에야 정식 편입될 예정이다.
안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지원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부는 원활한 국고채 발행을 위해서 바이백, 인센티브 확대, 월간 발행량 조절 등의 수단을 택할 수 있다. 한은에게는 기준금리 인하, 국고채 단순매입 방안도 있다. 팬데믹 이후 채권 수급 불균형 및 금리 변동성 확대 억제를 위해 한은은 국고채 단순매입을 빈번하게 시행한 바 있다. 단순매입은 국고 5~10년물 중심으로 단행되기 때문에 국고채 수급 안정 효과가 가장 큰 정책 수단이다. 하지만 2023년부터 국고채 단순매입은 중단됐다. 한은의 국고채 매입은 시중 유동성 공급책이므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하는 시기에 시행되긴 어려웠다. 다만 2025년에는 물가 안정 자신감이 높고, 채권시장 안정도 도모해야 하는 만큼 단순 매입 수단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안 연구원은 “대규모로 발행된 국고채의 원활한 소화를 위해서 지난해 중단된 한국은행의 단순 매입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며 “마침 내년도 한은 보유 국고채 중 3조9000억원이 만기되어 매입 여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채권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62bp 오른 4.43%이고, 4.4%대는 7월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은 주식, 달러, 가상화폐 상승으로 요약되는 트럼프 트레이드에서 소외되는 자산군이다.
대선 후 시장 예상 2025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3%에서 3.8%를 상회하는 상황이다. 시장 자체적으로 3번의 금리 인상을 한 것과 같다. 안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와 물가 재반등 리스크 등은 당초 시장이 그렸던 금리 인하 경로가 과도했다는 인식을 높였다”며 “여기에 미 재정적자 확대 및 국채 발행 증가 우려는 장기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 확대를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