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체포 ‘산 넘어 산’

2024-12-31 13:00:16 게재

체포영장 발부됐지만 신병 확보 난항 예상

법적 근거 없어도 경호처 막아설 가능성

▶1면에서 이어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수사권을 둘러싼 논란은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해 수사할 수 없다. 하지만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 있는 죄로 해당 고위공직자자 범한 죄는 수사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 규정을 근거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실제 이 조항을 근거로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기도 했다.

반면 윤 대통령측은 공수처에 대한 내란죄 수사권한이 없는 만큼 출석요구 등은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왔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윤 대통령측은 수사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불법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측 윤갑근 변호사는 “직권남용죄와 비교하면 내란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 범죄인데 그런 가벼운 범죄를 갖고 내란죄 관련성을 주장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꼬리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몸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해괴한 논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이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윤 대통령측의 이같은 주장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포영장이 발부됐어도 곧바로 영장 집행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경호처가 막아설 수 있어서다.

앞서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11일과 17일 용산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27일에도 CCTV 확보를 위해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경호처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들어 막아섰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에선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돼 있지만 경호처가 협조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체포영장은 현행법상 집행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다. 이에 따라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

앞서 오동운 공수처장은 국회에서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경고 공문을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호처가 관저 문을 닫고 거부하면 현실적으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지난 2004년 이인제 전 자유민주연합 의원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3차례 출석 통보에도 불응하자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당원들에 가로막혀 한 달 뒤에나 집행된 바 있다.

같은 해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나 당원들이 집행을 저지해 결국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경호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에 영장 집행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체포영장으로 압박하면서 4차 출석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발부일로부터 1주일이다.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하면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공수처에 주어지는 시간은 10여일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기소할 권한이 없어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구속기간은 공수처와 검찰이 합쳐 20일을 넘지 않도록 하고 각각 10일가량씩 피의자를 수사하기로 대검찰청과 협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 공수처의 수사와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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