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때 없던 구조물 “계약의무 위반 아냐”

2025-01-06 13:00:11 게재

1·2심 “경관상 침해” … 대법, 파기환송

기존 계획에 없었던 아파트 출입구의 문주를 설치해 일부 시야가 제한되더라도 중대한 정도가 아니라면 계약 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씨 등 입주민 8명이 아파트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씨 등은 조합이 지은 아파트 109동과 114동 2~3층 세대에 대한 분양 계약을 맺고 소유권을 취득했다.

조합이 아파트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원래 예정에 없던 공간에 문주를 설치하고 경비실 위치를 변경하면서 문제가 됐다.

A씨 등은 조합이 마음대로 문주를 설치해 조망권이 침해당하는 등 정신적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문주란 아파트 진입로 등에 설치하는 게이트 형태의 출입구를 말한다. A씨 등이 문제를 삼은 문주는 길이 22.8m, 높이 7m, 폭 4m 규모로 설치됐다.

법원이 받은 감정 결과 A씨 등이 거주하는 세대 거실·침실·주방 등에서 외부를 바라봤을 때 기존 건축물 대신 문주와 경비실이 보이는 비율은 최대 20%로 나타났다.

A씨 등은 “부문주 설치로 아파트 기본 건축계획에 따라 누릴 수 있었던 환경이익을 침해당했다”며 “분양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합측은 “분양계약서에 ‘출입구의 차별화 디자인은 추후 변경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며 “문주의 설치에 관해 고지·설명할 의무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조망이나 경관상 침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문주와 경비실 설치로 각 세대에서 생활 시야가 차단돼 조합에게 분양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1인당 500만~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시야 제한이 계약 의무 불이행에 해당할 만큼 중대하진 않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고들 세대에서 문주에 의해 시야의 범위가 일정 부분 제한됐으나, 문주가 보이는 비율도 최대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문주 설치에 따른 원고들 세대의 시야 제한이 중대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고들 세대는 비교적 저층에 위치해 설계 변경으로 인근에 수목이나 구조물이 설치된다면 어느 정도 시야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사정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상 통상 갖추어야 하거나 당사자의 특약에 의해 보유해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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