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프, 트럼프 ‘그린란드 야욕’에 “무력사용 안돼”
나토동맹 파열음 나나
EU는 입장표명 회피
독일과 프랑스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시도에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는 그린란드가 미국 땅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발언을 거듭 일축했다.
AP통신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국경이 강제로 변경돼서는 안된다는 게 오랜 원칙”이라면서 “이것이 국제법의 기본원칙이자 우리가 서구적 가치라고 부르는 것의 핵심 구성요소”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 등 여러 유럽 지도자들과 통화를 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확장주의적 발언이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 ‘이해 불가능’이라는 견해가 공유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럽국가들의 단결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아침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고 분명히 유럽 영토”라며 “유럽연합(EU)은 세계 어느 나라가 됐든 주권적 국경을 침해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침공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우리는 강자의 법칙이 통용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우려했다.
바로 장관은 “미국의 본질은 제국주의가 아니다”라면서도 “강자의 법칙이 승리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더 강화하기 위해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공개적 비판과 달리 EU는 입장 표명을 사실상 피했다. 파울라 핀노 EU 집행위 수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 극도로 가정적인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에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우크라이나 상황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덴마크령 그린란드에도 EU 리스본 조약 42조 7항이 적용되느냐는 질문에는 “적용 대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린란드 침공 가능성이 ‘가설적’, ‘가정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상호방위조약’으로 불리는 42조 7항은 ‘한 회원국이 무력 침공을 당한 경우 다른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에 따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나토의 집단방위조약과 유사하지만, EU 조약의 경우 ‘EU 회원국이 나토에도 속한 경우에는 (원조) 약속과 협력이 나토 산하 공약과 일치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고 있다. 나토 동맹인 미국과 덴마크간 분쟁에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이날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이 “그린란드가 자체적인 야망이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안다”며 “그 야망이 실현되면 그린란드는 독립하겠지만 미국의 연방주가 되겠다는 야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라스무센 장관은 트럼프가 북극해에서 중국과 러시아 활동 증가에 따른 미국 안보상 필요를 그린란드 매입의 이유로 주장한 데 대해 ‘정당한 우려’라고 해 정면 대결 대신 외교적 설득을 통해 사안에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외교적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안보 강화) 열망이 충족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을 확대할지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주민이 독립과 미국 편입을 투표로 결정할 때 덴마크가 방해하면 매우 높은 관세를 덴마크에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