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기업 실소유 ‘회장’에 과징금 부과 추진

2025-01-09 13:00:02 게재

현재는 경영진만 책임 … 실질적 지시자 제재 못해

금융위, 회계부정 제재대상 확대하고 과징금 상향키로

전세대출·주담대 문턱 높이는 등 가계부채 관리 강화

회계부정이 발생한 기업의 실소유주에게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회사의 대표이사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금전 제재 대상이고 소위 ‘회장’ 직함을 가진 기업 실소유주인 업무집행지시자는 대상에서 빠져있다.

금융위원회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5년 경제1분야 주요 현안 해법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금융위는 “회계부정에 대한 과징금 금액 상향, 대상 확대 및 양형기준을 합리화 하는 등 불공정거래 및 회계부정에 엄정 대응해 자본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회계부정이 발생해도 급여 또는 배당을 받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기업 실소유주의 사적유용이 의심돼도 금전 제재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부정의 실질 책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이고, 이게 실소유주인 소위 ‘회장’ 직함을 가진 분들이 회계분식을 다 지시하고 제재를 받지 않는 불합리한 부분을 고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2025년 업무계획 설명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업무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고의 분식회계 과징금 상향 = 회계부정에 대한 과징금도 상향될 예정이다. 회계부정이 여러 연도에 걸쳐 반복된 경우 과징금을 가중하고, 고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더 높은 금액의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과징금 부과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현행 외부감사법은 회계부정 금액의 100분의 2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고, 관련자에 대해서는 회사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100분의 1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과징금 금액은 위법행위 중요도 점수와 부과기준율에 따라 달라진다. 금융당국은 고의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한 금전 제재 논의 과정에서 위원들 사이에 ‘과징금 부과액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액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이와함께 회계부정에 대한 양형기준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회계부정이 발생한 기업의 내부감사는 대표이사와 CFO 보다 무조건 한 단계 감경된 조치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회계부정을 막기 위한 내부 감사의 노력을 양형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부과를 해왔다. 금융위는 내부 감사의 노력에 따라 두 단계 감경도 가능하도록 하고, 감경을 하지 않는 방안도 제도 개선안에 담을 예정이다. 회계부정에 대한 제도 개선 내용들이 대부분 법개정이 아닌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 등을 통해 가능한 만큼,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내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세대출·주담대 더 깐깐하게 심사 = 금융위는 올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현행 대출금의 100%에서 90%로 인하, 전세대출·보증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도권의 경우 보증비율을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보증비율이 80%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보증비율 100%는 사실상 전액을 보증해주는 구조여서 전세대출이 시장에 과도하게 공급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은행들의 전세대출 심사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보증비율 인하는 올해 1분기에도 할 수 있다”며 “수도권 보증비율 인하 폭과 시기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출 한도를 낮추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오는 7월 예정대로 시행된다.

◆코인 거래, 법인에 단계적 허용 = 금융위는 현재 개인에 한해서만 허용된 코인 거래를 법인들에게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실명 인증을 마친 계좌만 코인 투자를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은행들이 법인의 실명 계좌 발급을 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지도해왔다.

금융위는 “법인의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의 단계적 허용을 검토하고, 글로벌 규제 정합성 제고를 위한 ‘2단계법’(가상자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가상자산위원회는 비영리법인부터 단계적으로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세부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입법은 지난해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1단계이고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등에 관한 규제가 담긴 2단계 입법이 논의 중이다. 권 처장은 “(코인) 상장 기준을 어떻게 만들지, 스테이블 코인을 어떻게 할지, 가상자산거래소의 행위 규칙을 어떻게 만들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시장의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을 맞춰 가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를 도입하고, 심사요건에 사회적 신용 요건을 추가할 수 있도록 특금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인거래소 신설 등 신규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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