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그린란드는 미국 안보의 핵심 요충지”

2025-01-10 13:00:07 게재

트럼프가 눈독 들이는 이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군사적으로 점령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까지 매입 욕망을 다시 드러낸 것은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적 이익에 주목하기 때문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지정학적으로 북극 항로와 가까운 전략적 요충지로,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 진출을 견제하려는 미국 안보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비대륙 섬인 그린란드는 인구가 5만7000명에 불과하지만, 안보 문제에서는 비중이 크다. 북극을 통과하는 북서항로와 북동항로의 시작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해빙으로 인해 상업적 운송에 더 많이 개방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러시아 및 기타 잠수함의 중요한 항로와도 가깝다.

특히 그린란드 북부에 위치한 피투피크 우주기지(Pituffik Space Base)는 미국의 미사일 조기경보 체계와 위성 감시 기능을 수행하며, 북극 지역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핵심 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

덴마크 국제문제연구소의 미켈 룬게 올레센 연구원은 “미국은 북극을 지정학적 경쟁의 지역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그린란드는 미국 안보에 매우 중요한 장소로, 다른 강대국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2019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처음 밝힐 당시엔 “대규모 부동산 거래”로 묘사하는 등 경제적 이점을 내세웠으나, 이번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안보적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 “우리는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고 언급하며, 섬의 전략적 가치를 재차 부각시켰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매각 가능성을 명확히 거부하면서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덴마크 외교장관 라스 뢰케 라스무센은 “미국과 북극에서 더 긴밀히 협력할 방법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런 가운데 그린란드의 독립 가능성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새로운 식민 권력을 원하지 않지만, 재정적으로나 인적 자원 측면에서 방어와 경제적 자립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처음 그린란드 구매를 제안했을 때 그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은 트럼프가 “입을 다물고” 워싱턴, 코펜하겐, 누크 간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도록 맡기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FT는 “트럼프가 이러한 조언을 따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강경한 태도가 그린란드 문제에서 미국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 아니면 동맹국인 덴마크와의 관계를 악화시킬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그린란드 주민들의 선택이 이 섬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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