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상승하는 환율에 한은 금리동결 전망 확대
‘경기부양 vs 금융안정’ 딜레마에 고민 깊어진 금통위
증권가 의견 엇갈려 … 채권전문가들 60% 동결 예상
원달러환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동결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1월 기준금리 인하 의견이 많았지만 미국 달러지수가 110선에 육박하고 잠시 진정세를 보였던 원달러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동결 전망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은 금통위는 경기 부양과 금융 안정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 이달 초 채권전문가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6명은 금리동결을 예상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시기별로 전망이 변하는 상황이다.

◆요동치는 원달러환율 =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전문가들 60%는 한국은행이 오는 16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하고, 40%는 0.25%p 인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은 직전 조사 당시 17%보다 증가했다. 경기침체 우려로 내수 부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진 것이다.
종합 채권시장지표(BMSI)는 105.6(전월 103.1)으로 전월대비 2.5p 상승했다. 연초 국고채 금리가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2월 채권시장 심리가 전월 대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달 3일부터 18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198개 기관, 949명)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5개 기관 100명이 응답한 결과다. 종합 BMSI는 개별 설문문항(10개)에 대한 누적 답변인원(1100명)의 응답(호전 216명, 악화 154명, 보합 730명)을 기초로 산출했다.
하지만 외환시장과 국고채 시장의 흐름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8원 오른 1470.8원으로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올해 첫 1470원대로 올랐다. 또 5%에 육박하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한국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에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할 한은 금통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위축된 소비·투자 등 내수를 고려하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와중에 한국만 금리를 인하하면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원달러 환율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금리인하 = 달러가 점차 강세를 보이면서 전문가들이 속속 유지로 시각을 바꾸는 등 동결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신영증권은 13일 기존 금리인하 의견에서 동결로 전망을 바꾼다고 밝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8일 장중 1440원대로 떨어졌던 환율이 금통위 직전 20원 넘게 상승하고 있어 쉽사리 인하에 나서기 어렵게 됐다”며 "다음 2월 금통위까지 6주간 트럼프 정부 출범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국채 금리와 환율을 점검하는 기간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8.2원 상승한 1473.2원에 개장한 뒤 1470원대에 머물다 5.8원 오른 1470.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12월 미 고용 서프라이즈와 기대인플레 상승으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8%, 달러지수는 110선 부근까지 급등했다. 미국의 경기 호조가 이어진다면 연방준비제도가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설 이유가 줄어든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9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 연구원은 “현재는 외환시장을 더 고려해야 하는 시점으로, 지난 한 주 간의 변화까지 감안했을 때 1월 금통위에서 인하 결정은 어려워졌다”며 “한은은 그동안 예상보다 외환시장 개입에 소극적인 편이었으나 1500원을 용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국내 경제·정치적 상황만을 봤을 때 인하를 미룰 수 없지만, 대외 여건은 반대”라며 “만약 주말 새 변화한 여건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면 사실상 1월 금통위에서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빠른 경기 대응 필요 = 반대로 삼성증권은 여러 부담 요인에도 불구하고 금리동결에서 인하로 전망을 바꿨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를 넘기면 2월 금통위 금리 결정까지 5주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며 “빠른 경기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고 경제는 곧 심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1월 인하 결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또 “기준금리 인하가 시간문제라는 점에 대해 공감대는 이미 상당하다”며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매파적인 스탠스가 제시될 가능성은 낮다”며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채권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은 기존 인하 입장을 고수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 국면이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 심리 부진과 내수 부진 흐름 지속될 것이 우려되는 가운데 추경 등 재정 정책과 공조 차원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달러환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수급으로 상승 압력이 제한되는 가운데 금융 안정 측면보다 경기 부양에 방점을 두는 쪽으로 통화정책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의견을 유지하나, 지난주 후반부터 높아지는 시장금리 반등을 보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으로 높아진 환율 등을 고려해 예상보다 금리 의사결정이 팽팽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