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배경은…하마스 초토화 속 ‘트럼프 등판’ 효과

2025-01-16 13:00:17 게재

가자 인도적 위기해결 시급

네타냐후, 트럼프후 급제동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에서 휴전에 전격 합의한 배경을 놓고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은 이스라엘이 15개월 전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허를 찔리는 굴욕을 당한 뒤 대대적인 보복에 나선 끝에 하마스 지도부가 사실상 궤멸되며 동력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점이 자리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작년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한 것을 전후로 분쟁 종식을 촉구하면서 그와 끈끈한 사이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결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덮쳐 1천200여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해 끌고 갔다. 공격 징후를 미리 감지하지 못한 이스라엘 당국을 향해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위기에 빠진 네타냐후 내각은 2014년 이후 9년만에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고강도 군사작전으로 반전을 모색했다. 피란민이 몰린 병원과 학교 건물은 하마스의 은신처라는 이유로 폭격의 집중 표적이 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머물던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하고, 얼마 뒤 후임인 야히야 신와르도 가자지구에서 살해했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동안 가자지구에서만 무장대원 약 1만7천명을 ‘제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토벌에 만족하지 않고 그 배후에 있는 이란을 위시한 ‘저항의 축’ 무장세력을 노렸다. 레바논 남부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견제하는 공습을 이어가다가 작년 9월에는 18년만에 레바논에서 지상작전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은 초유의 본토 직접 공습을 주고받았고, 후티가 하마스를 편들겠다며 홍해에서 배들을 공격하자 이스라엘이 예멘의 후티 근거지를 때리는 등 전선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외부와 고립된 가자지구는 가용 의료시설이 크게 줄고 25년만에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확인되는 등 공중보건 위기에 처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후 이날까지 팔레스타인 주민 4만6천707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하마스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전력이 극도로 약화했다는 평가 속에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이스라엘이 한동안 강경 태세를 고수하며 논의가 공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립정부 각료의 이탈로 인한 이스라엘 전시내각 해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혐의 체포영장 발부 등 악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에게 제동을 건 가장 큰 요소는 트럼프 당선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를 거치며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두개의 전쟁 모두 종식돼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고, 국제사회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