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앞두고 동네마다 작은 주민잔치

2025-01-20 13:00:06 게재

서울 자치구 동별 새해인사회도 축제처럼

업무보고·민원 넘어 주민·공무원 소통확대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노래인데 후렴구가 달라진다. “아름다운 서울에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중랑에서~”다. 기성세대에게 모꼬지 노래로 친숙한 ‘연가’도 “내 자랑 영원히~ 우리중랑 영원히~”로 마무리된다.

서울 중랑구 면목4동과 면목7동 공무원들 작품이다. 각각 동장과 직원들이 개사해 류경기 구청장과 주민들에게 노래 선물을 했다. 평소 ‘나의자랑 우리중랑’을 함께 외치는 주민들은 열띤 호응을 보냈다.

20일 서울 각 자치구에 따르면 예년보다 이른 설 연휴를 앞두고 동네마다 작은 잔치를 열고 있다. 동별 신년회·업무보고회인데 딱딱한 행사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주민과 공무원들이 어우러지는 자리로 바뀌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비상계엄과 여객기 참사 등으로 연말연시 분위기가 사라졌는데 명절을 전후해 동네 주민들끼리 그간 노고를 위로하고 새해 소망을 빌고 있다”며 “서로 공감대를 키우고 소통을 확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22일까지 동 신년인사회를 이어가는 중랑구의 경우 공무원들에 화답하듯 중화2동과 묵2동은 주민들이 자치활동을 하며 갈고닦은 실력을 뽐냈다. 지난해 주민자치 어울림 성과공유회 수상작들이다. 묵1동은 인근 학교 어린이들이 동네 어른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했고 마지막 순서인 중화2동은 새단장한 주민센터 개청을 축하하는 자리로 꾸민다.

은평구 응암3동 주민들은 김미경 구청장 등 해결사 3명을 소환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진행했다. 사진 은평구 제공

은평구는 동 업무보고회를 아예 ‘주민소통·공감마당’으로 탈바꿈시켰다. ‘우리동네 고민해결사 삼총사가 떴다’를 주제로 택한 응암3동이 대표적이다. 김미경 구청장과 박정배 주민자치회장, 자치프로그램 강사인 김보미 교수까지 3명이 해결사가 돼 주민들 사연을 듣고 고민에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웃 불광1동은 초등학교 학부모를 비롯해 어린이집 교사, 주민센터 직원과 주민단체 회원 등이 참여해 동네에 관한 퀴즈를 풀었다. ‘1동 1대학’을 수강한 주민은 가족과 함께 등장해 탄소중립사업을 소개하면서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구산동은 환경을 주제로 한 토크쇼, 신사1동은 은평구 10대 정책을 문제로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며 화합을 다졌다.

종로구도 공무원과 주민들 화합을 뽐냈다. 동 직원과 주민자치회 회원 등이 주요 행사를 통해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 소망을 영상에 담아 공유했다. 영상은 구 공식 유튜브 ‘종로티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천구에서는 주민자치 프로그램에서 주민들과 함께했던 연주자들이 새해 첫 무대에 등장했고 강서구에서는 동네 주민들이 적은 한해 기원을 진교훈 구청장이 읽는 방식으로 공유했다. ‘뚱뚱한 지갑과 날씨한 몸’ ‘나라 안정과 국민 행복’ 등 다양한 소망이 나왔다.

송파구와 마포구는 주민들에게 사회를 맡겼다. 송파는 서강석 구청장과 각 동 주민자치위원장이 공동으로 사회를 보며 주민들 질문에도 응답한다. 구는 “동네 현안을 자유롭게 질의하는데 참여한 주민들이 좀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포는 올해 처음 시도하는 동별 특화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발표했다. 특히 청소년사업을 준비 중인 망원2동에서는 중학교 3학년이 발표자로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한편 도봉구와 성북구는 지역 주요 인사를 초대하던 기존 행사 대신 소규모 모임을 갖기로 했다. 도봉구는 동별로 20여명 안팎을 초대해 오언석 구청장과 차담회를 열고 성북구는 이승로 구청장이 경로당을 방문해 이용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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