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민주주의 파괴 …“엄중한 책임 따라야”

2025-01-20 13:00:03 게재

윤, 과격행동 부추기고 조사 거부…지지자들 서부지법 난동

대법원 "법치주의 부정 … 헌법에 정한 사법 절차 따라야"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자 사법부의 근간인 법원이 침범 당해 법치가 무너져 내렸다.

‘12.3 내란’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벌인 것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법원과 수사기관의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벌어진 사태여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엄중한 책임추궁과 함께 앞으로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청사 불법 진입 및 난동 사태와 관련해 이날 오전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한다. 연합뉴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 주재로 긴급 대법관회의를 열고 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서부지법 현장을 찾아 “30년간 판사 생활을 하며 이런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고 일어난 바도 없다”며 “법원 내 파손 등이 생각했던 것보다 참혹하다. 중대하고 심각한 중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용납될 수 없다”며 “철저한 사실 확인과 엄중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 새벽 윤 대통령 구속 소식 이후,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난입해 시설물을 파손하며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1400여명을 투입해 3시간 반 만에 난동을 진압하고 서부지법에서 46명을 체포했다.

검·경도 이번 사태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이번 사태를 ‘불법 폭력 점거 시위’로 규정하고, 서부지검에 검사 9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렸다. 주요 가담자는 전원 구속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이틀 동안 불법시위 현장에서 86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서울청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청은 전국 지휘부 긴급회의를 연 뒤 “각 시·도경찰청에 향후 불법 폭력 집회에 대해선 단체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의 신변도 보호 중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며, 공권력에 대한 폭력은 곧 법질서 전체에 대한 도전”이라며 “법원을 침탈하고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자들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처벌하여, 다시는 이러한 불법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윤 대통령은 이번 서부지법 난입사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지난달 12일 담화에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며 내란의 책임을 야당으로 돌렸고, 이달 1일에는 관저 앞 집회에 나온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주권침탈세력과 국가세력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시위를 부추겼다. 윤 대통령은 19일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달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걸 바로 잡겠다”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구속된 후에도 공수처의 조사를 거부하며 수사절차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구속 첫날인 19일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윤 대통령에게 오후 2시까지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으나 “공수처에서는 더 말할 게 없다”며 나오지 않았고, 20일 오전 10시 재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강제인치하거나 방문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일·장세풍·구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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