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외치면서 머리 맞댈 생각 없는 여야
“추경 예산 편성” vs “예산 삭감 사과부터”
계속된 정부 요청에도 국정협의체 출범 ‘난망’
여야가 설 연휴를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한 ‘민생 회복’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제 문제를 두고 정치적 셈법이 엇갈리면서 경기 진작을 위한 발빠른 대응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예산 집행에 있어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추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지역화폐 예산’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를 통한 국정 운영을 위해 협의체 출범을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이마저도 공전되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오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설 연휴를 맞아 재래시장인 서울 마포 망원시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자리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요즘은 절약보다 소비를 해 주시는 게 미덕”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각 지역에 재래시장에 방문하셔서 설 준비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우리 경제도 활성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질책도 받고 그랬는데 더 열심히 해서, 우리 경제가 더 활성화되고 우리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도록 최대한 우리 지도부가 다 같이 힘을 합심해서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경제계 등에서 추경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난해 말 정부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면서 “이 대표가 추경을 말하기 전에 일방적 예산 삭감에 대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을 하려면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야 하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역화폐 추경은 필요하지 않다”면서 “상반기 전체 예산의 75%를 조기 집행하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추경에 대해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야당뿐만 아니라 경제계에서도 추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데도 정치 논리를 우선하는 모습은 민생 회복 메시지의 진정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지난 22일 열린 국정협의체 실무회의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바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국정협의체 가동과 민생법안 처리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진 의장은 회동 뒤 “회동 결과 진전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도 추경 문제로 평행선을 달린 여야는 민생 법안 처리 여부와 일정에 대해서도 조율을 하지 못했다. 진 의장은 “거론은 됐지만 합의는 안 됐다. 의견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전날 최 대행이 여야를 향해 “국회·정부 국정협의회를 하루 빨리 가동해 민생·경제 핵심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지만 여야의 입장 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민생회복’을 강조하고 있지만 양보 없는 밀어붙이기 식 태도를 고수하면서 실질적인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