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화분 돌보며 건강·자존감 함께 챙겼다
도봉구 주민 자립지원 사업단 성과 톡톡
밥상 협동조합·친환경 식기세척에도 도전
“목공 일을 하다가 자리를 옮겨 3년차에 접어들었는데 기관지 상태가 좋아졌어요. 피부로 느낍니다. 생명을 보살피는 일이라 힐링도 되고 무엇보다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어요.”

서울 도봉구 지역자활센터 식물원사업단에 소속된 한완기(56·방학2동) 반장. 식물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분갈이며 친환경 식물재배 교실, 식물병원 운영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주변에도 식물 키우기나 사업단 활동을 권유한다. 사업단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한 반장은 “주변에 ‘식물 덕후(취미인)’가 많아졌다”며 “1호선 도봉역 아래 ‘다가치센터’를 주민들이 한번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31일 도봉구에 따르면 도봉지역자활센터와 함께 운영 중인 자활사업단과 자활기업이 성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식물원을 포함해 총 20개 사업단과 6개 기업 등을 통해 저소득 주민들 근로능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제공해 실제 자립까지 이어진다.
식물원사업단은 도봉지역자활센터가 자랑하는 특화사업 중 하나다. 지난 2022년 사회서비스형으로 시작해 한해만에 시장진입형으로 도약했다. 참여자에게는 창업 기회를, 지역사회에는 반려식물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에서 양말 생산양이 가장 많은 양말기업과 협업하기 위해 시작한 양말포장가공사업단, 수제비누와 고체샴푸를 만들어 위기 청소년 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을 통해 판매하는 청년비누사업단도 지역사회와 호흡을 맞춘 특화사업이다. 각각 임가공 근로에 적합한 주민과 자활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함께한다.
지난해에는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주민 3명이 공동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수급자와 차상위 주민들이 한식과 분식 조리·판매에 나섰고 농협 창동하나로마트 푸드코트에 입점했다. 7월 창업했는데 하반기에 월평균 매출 2000만원 이상을 달성해 푸드코트에 입점한 점포 5개 중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구는 “내년에 2호점을 내기 위해 매출 증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같은 매장 내 영업점, 소상공인과 상생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인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꾸린 ‘에코워싱사업단’도 눈길을 끈다. 다회용기를 세척 건조 소독하고 대여하는 사업체에 9명이 근무 중이다. 북한산 생태탐방원과 협약을 맺고 다회용 컵을 세척하는 등 지난해 4분기부터 월평균 30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는 매출을 두배로 확대해 15명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들을 비롯해 방치된 자전거를 재생하고 취약계층 주민들을 대상으로 집 청소 등 주거편의를 제공하거나 빨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단 등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도시락 용기 재활용, 자활 도우미, 청년 자립 도전, 우리동네 택배 등 참여 주민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다양하다. 지난해 총 381명이 참여해 탈수급 등 자활성공률 11%를 기록했다. 9명은 국가공인 도배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가 250개 지역자활센터를 대상으로 하는 2024년 경영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도봉구는 지난 15일 지역자활센터 신년회에서 지난해 성과와 올해 계획을 주민들과 공유하며 의지를 다졌다. 올해는 특히 ‘자활 희망마켓’을 열어 상품 전시 판매와 생산품 제작체험 등을 통해 자활사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사업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자립에 대한 주민들 열정에 부응하고 자활기반 조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