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등록제

비정규직 증가, 편법 등록 문제 심화

2025-02-20 13:00:03 게재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전환으로 서비스 질적 저하 우려 … 문체부, 정책 재검토

2024년은 공공도서관 등록제가 도입된 첫 해였다. 전국 공공도서관들은 2024년 말까지 법정 기준 이상의 사서와 자료 시설을 갖춰 각 시도에 등록을 마쳤다. 20일 취재 결과, 2023년 공공도서관 수 기준, 전체 공공도서관 중 66.6%가 등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공공도서관 현장에서는 공공도서관 등록을 위해 각종 편법이 진행돼 도서관 서비스를 상향평준화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도서관 등록제는 공공도서관들이 법정 기준 이상의 사서와 자료 시설을 갖춰 서비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등록한 공공도서관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사업 및 공공도서관 운영평가 대상이 되며 공공도서관 유공 표창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된다.

2023년 등록한 공공도서관은 총 846개관으로 드러났다. 등록률을 보면, 지역별 편차가 있다. 2023년 기준 가장 등록률이 높은 지역은 부산으로 98.1%를 기록했다. 부산의 경우, 52개관 중 51개관이 등록했다. 이어 세종 93.8%(16개관 중 15개관 등록) 서울 90.8%(207개관 중 188개관 등록) 경북 90.1%(71개관 중 64개관 등록)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등록률이 낮은 지역은 경기로 32.6%를 기록했다. 경기의 경우 319개관 중 104개관이 등록을 마쳤다. 인천 58.3%(60개관 중 35개관 등록) 충북 41.8%(55개관 중 23개관 등록)도 등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 포함됐다.

한 공공도서관 전경. 사진 이의종

◆사서 4명 이상에 기준 따라 추가 배치해야 = 그런데 공공도서관 현장에 따르면 등록을 위해 편법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도서관이 등록을 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사서 배치 기준이다. 도서관법에 따르면 사서를 4명 이상 두되 공공도서관당 인구 수가 2만명 이상인 경우, 도서관 면적이 330제곱미터 이상인 경우에 사서 수를 늘려야 한다. 또한 이동도서관 및 스마트도서관 등 문체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도서관 서비스를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의 경우 각 서비스마다 사서 1명씩을 더 배치해야 한다. 다만 공공도서관 등록을 위한 사서 배치 기준에는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포함된다.

2023년 기준 공공도서관 평균 정규직 사서 수는 4.6명으로 법정 사서 배치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 우려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도서관 사서 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가장 많이 활용한 방법 중 하나는 사서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비정규직 사서를 사서 수에 포함해 등록한 공공도서관은 109개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도서관 포기하고 작은도서관 등록도 = 사서를 더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공공도서관에 사서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등록을 한 지자체 사례도 나타났다. 예컨대, A공공도서관 사서를 B공공도서관으로 발령을 내 사서 수를 늘려 B공공도서관을 등록하는 것이다. 이 경우 B공공도서관은 공공도서관으로 등록하고 A공공도서관은 작은도서관으로 관종을 전환해 등록한다. 국공립 작은도서관의 경우 사서를 1명 이상 두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도서관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작은도서관의 경우 도서관법에 따라 사서를 1명만 배치해도 되기 때문에 공공도서관을 대체하는 도서관으로 역할을 하기 보다는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관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문체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공공도서관을 등록한 서울 강북구 사례를 들며 “도서관 등록제 시행했더니, 오히려 공공도서관 수가 줄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외 도서관법 시행령의 예외 조항을 활용해 공공도서관 등록을 진행한 지자체들도 있다. 도서관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는 지역여건이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공공도서관의 사서 요건을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게 돼 있다. 부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도서관법 시행령에는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사서 1명만 배치해도 등록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행정안전부 기준 인구감소지역은 전국 89곳에 이른다. 인구감소지역 상당수 공공도서관들은 해당 조항에 따라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역시 사서 배치를 강화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지은 공공도서관협의회 회장은 “비정규직의 경우 문체부 지원사업인 개관시간 연장 지원 사업을 통해 채용한 비정규직 사서들까지 포함한다”면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도서관을 작은도서관으로 관종을 변경해 등록하는 등 관종별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면서 “조례를 통해 사서 배치 기준을 낮춘 지자체의 경우 사서 요건을 ‘시도정원으로 갈음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등록률을 100% 가까이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미등록 공공도서관에도 지원 = 이와 관련해 공공도서관 등록을 담당하는 등록관청들의 전국적 협의체인 전국등록관청협의체는 설문조사를 통해 현황 및 인식 등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등록 요건을 갖췄는지 △공공도서관 등록제가 현장 상황을 개선했다고 인식하는지 △공공도서관 등록제의 개선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이 설문조사에 담겼다. 공공도서관협의회는 상반기 중 공공도서관 등록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체부 도서관정책기획단은 지속적으로 공공도서관의 등록률을 높이고자 독려하는 한편, 공공도서관 등록제 도입 초기인 점을 고려해 올해 627개관 대상 ‘개관시간 연장 지원 사업’ 등 문체부 지원 사업에 대해 미등록 공공도서관에 대해서도 지원을 할 예정이다.

또한, 문체부는 올해 공공도서관 사서 배치 기준 등 등록 요건과 관련해 재검토를 진행하고 향후 공공도서관 등록제 정책 방향을 수립한다.

조설희 문체부 도서관정책기획단장은 “법적으로 3년마다 검토를 하게 돼 있어 재검토를 진행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현황 조사와 함께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제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좀 더 안정화된다면 국고보조사업의 지원조건 등이 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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