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엄벌…‘디스커버리’ 도입 재추진

2025-03-21 13:00:01 게재

오세희 의원 법안 발의

전문가 조사·자료수집

발명기관 손해액 평가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수집제도) 도입이 다시 추진된다. 기술탈취를 엄벌하기 위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했다. 특허청도 공감하고 있다. 벤처업계 스타트업 중소기업계 모두 도입을 바란다. 다만 디스커버리 도입을 번번히 반대했던 산업통상자원부를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 요구에 따라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기술탈취 입증과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수집해 증거로 활용하는 제도다.

오세희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는 20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건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문가 현장조사 절차를 도입하고 법원이 기술·발명 평가기관을 통해 손해액 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의 증거개시제도(Discovery)와 독일의 전문가 조사제도(Inspection)를 참고했다.

현행법상 손해액의 5배 한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 있다. 하지만 손해액이 과소 산정돼 사실상 징벌적 효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개정안은 손해액 범위를 구체화 했다. 기술·발명 평가기관을 통한 손해액 산정절차를 마련해 △기술유용으로 인한 매출 손실 △연구개발 비용 △사업화 기회 손실 △시장점유율 감소 △기술가치 하락 등의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평가 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기업이 보다 정당한 배상을 받게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법원이 중소벤처기업부의 행정조사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법원이 중소벤처기업부에 자료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해 피해기업이 기술탈취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보다 효과적으로 확보 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수탁·위탁거래 실태조사를 통해 기술유용과 관련된 진술조서, 계약서 및 거래기록,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증빙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이 기술탈취 소송에서 입증부담을 덜고 소송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세희 의원은 “기술탈취 피해 중소·스타트업이 소송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도록 증거 확보부터 정당한 배상까지 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중소기업이 공정한 환경에서 기술개발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은 지난 21대 국회때도 발의됐다. 스타트업 벤처기업 기술혁신기업 과학기술계 등이 모두 반겼다.

기술탈취 소송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탈취 사실 입증과 손해액 산정에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도 기술유출 피해경험이 있는 업체 10곳 중 7곳이 정부에 바라는 정책으로 ‘기술탈취 피해사실 입증 지원’(70.6%)을 압도적으로 꼽았다. 피해사실 입증을 위한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논의만 거듭하다 폐기됐다. 일부 반도체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디스커버리 도입 재추진은 국회내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나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22대 총선공약에 한국형 디스커버리를 포함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11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포함해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대책을 국회가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의 기술침해 행위는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산업생태계를 훼손하는 행위여서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대외관계장관회의에서 디스커버리 도입을 의결했다. 특허청이 발표한 ‘글로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유출 대응방안’에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이 포함됐다. 특허청은 도입이유로 “증거확보 부족으로 기술침해 소송의 승소율과 손해배상액이 현저히 낮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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