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 건강 관리

위염환자 517만명…"지나친 매운 맛, 위장 건강 위협"

2025-04-08 13:00:03 게재

식욕 촉진·혈액순환 장점, 과다 섭취는 주의 … K-매운 맛 유행 속 암 위험성 경고음

매운 맛이 나는 라면, 마라탕 등 음식을 먹는 대유행의 시대가 된 듯하다. 청소년 청년 등 젊은 세대들의 매운 음식 선호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심지어 한류를 타고 ‘K-매운맛’ 현상으로 국산 라면 등이 외국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식품·요식업의 활성화에 기대된다. 다만 매운 음식을 먹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매운 음식을 빈속에 먹거나 지나치게 자주 많이 먹는 경우 위장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위염이나 십이지장염, 혹은 가족 병력에 위암 등이 있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 관련해서 매운 맛이 위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본다

매운 맛은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 작용을 활성화하며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매운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위염이나 위암 등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서 위염과 십이지장염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517만9799명에 이른다. 이들이 880만3171회 진료를 받았다. 최근 매년 15만명 넘게 위암 진료를 받고 있으며 2022년에는 2만9487명이 새 위암환자가 진료받았다.

전문가들은 위염·십이지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나 가족병력에 위암이 있으면 매운 음식 섭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혈액의 순환을 좋게 하고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좋게 하는 작용이 있다. 하지만 위염 환자 등이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고추의 캡사이신, 신진대사에 도움 =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매운 맛을 내는 고추에서 매운 맛을 내는 것은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이다. 고추에 0.2~0.4% 정도가 포함돼 있다. 고추씨에 가장 많이 들어 있고 껍질에도 있다. 고추 100g에 비타민C가 사과보다 50배 많이 들어 있고 귤보다는 2~3배가 많다. 고추의 비타민C는 캡사이신 때문에 산화되지 않아 조리 시에도 손실이 적다.

고추는 몸속을 데워 주고 피부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고추의 매운 맛은 소화를 잘 시키고 침샘과 위선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시킨다. 고추의 매운 맛 주성분인 캡사이신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의 순환을 좋게 하며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좋게 하는 작용이 있다. 고추를 먹으면 운동을 하고 난 후와 마찬가지로 몸이 따뜻해지면서 땀이 나는 것은 고추의 캡사이신이 지방이나 당을 연소시켜 활동력을 급격히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캡사이신은 교감신경을 가볍게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땀이 나고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이 든다. 매운맛 자체는 통증에 가까운 감각을 유발하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이나 짜증을 나게 한다. 그러나 캡사이신은 통증의 원인 성분을 억제하고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의 차단 역할을 하여 일종의 진통과 마취효과를 내는 것이다.

또한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량을 늘리고 지방 분해를 촉진해 비만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추에는 비타민 C도 풍부하기 때문에 원기회복과 감기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실제 위절제 수술을 한 환자에게 제공되는 식사에도 소량의 고춧가루를 첨가해 입맛을 돌게 하고 위 점막을 자극해 소화를 촉진시키게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과하면 좋지 않듯이 사람마다 차이를 보인다. 매운 음식 섭취가 과하면 위장관 점막에 손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량을 섭취를 해야 한다. 개인마다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매운 음식에 대한 적당한 섭취가 필요하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혈액의 순환을 좋게 하고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좋게 하는 작용이 있다. 하지만 위염 환자 등이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매운 맛, 위·십이지궤양 등 악화 = 매운 맛은 혀에서 느끼는 맛의 종류가 아니다. 원래 사람의 혀가 느끼는 기본 맛은 신맛 쓴맛 단맛 짠맛 4가지뿐이다. 우리가 느끼는 매운 맛은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음식의 맛이 아니라 혀가 느끼는 통증 감각중의 하나이다.

일반인들이 흔히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쓰리고 따끔거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매운 음식이 식도를 넘어간 뒤에도 위의 통각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 때문에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위 질환을 유발한다는 설이 있기는 하다. 조금만 매운 음식을 먹어도 땀을 뻘뻘 흘리며 속이 쓰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운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예민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특히 매운 음식에 대하여 예민한 사람은 지나치게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정 교수는 “고추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위 점막의 자극이 심해 위궤양이 발생하기 쉽고 간 기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심하게 매운 것을 먹으면 위를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사람은 매운 고추를 적게 먹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식도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위경련 등을 일으키는 과민반응이 나타나고 특히 위염이나 위궤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극성이 강한 매운 음식을 먹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위암 발생 위험 요인 =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암을 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다면 매운 음식 등을 피하라고 밝힌 바 있다.

2006년 3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9년 7개월 장기연구에서 위암 직계가족이 두명 이상인 경우 남성은 여성에 비해 약 5.87배, 시골거주자는 도시 거주자에 비해 7.54배, 흡연자 6.58배, ‘매운 음식 선호자’ 7.64배, 그리고 다량 음주자는 9.58배로 위험도를 보였다.

김 교수는 “가장 강력한 위암 발생 위험요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제균하는 것과 식생활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위암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고추의 캡사이신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위암 등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헌식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은 “캡사이신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캡사이신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자연살해세포의 세포질 과립방출 기능장애를 일으켜 암 발생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자연살해세포는 혈액 속에서 암세포를 만나면 암 세포막에 구멍을 낸 후 세포질과립을 분비해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항암면역세포이다.

김 교수팀은 여러 암세포를 대상으로 캡사이신 양을 10μM, 20μM, 50μM, 100μM(마이크로몰·백만분의 1몰) 등으로 투여한 후, 자연살해세포 활성도를 비교 분석했다. 자연살해세포 기능을 측정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혈액암세포 221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캡사이신 투여 전 32%에서 50μM 투여 후 16%, 100μM 투여 후 4%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저용량의 캡사이신 10μM, 20μM을 투여했을 때는 자연살해세포 활성도가 28%, 27%로 투여 전 32%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캡사이신은 암세포의 발생을 간접적으로 돕는 셈이다.

캡사이신에 의한 자연살해세포 활성억제에서 사람에 따라 차이는 없었다. 김 교수는 “자연살해세포 활성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고용량 캡사이신에 대한 활성억제는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며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캡사이신을 고용량으로 섭취할 개연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캡사이신은 체내 수용체인 TRPV1 단백질과 결합해 항암활성을 나타내는데, 고용량의 캡사이신은 TRPV1과 결합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연살해세포의 기능 장애를 유도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TRPV1이 부족하거나 민감성이 떨어지는 30, 40대 이후 성인이 캡사이신을 다량으로 섭취했을 경우, 암 발생이 촉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김 교수는 “캡사이신에는 항암, 통증완화 등 유용한 생리 활성성분도 많은 만큼 적당하게 먹으면 좋지만, 지나치게 매운 고추는 피하고, 많은 양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매운 음식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캡사이신 식품사용량 기준 마련 필요 = 위암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에 대해 신철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너무 맵고 짜게 먹거나 훈제, 소금에 절인 음식, 불에 태운 육류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며 “대신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국가암정보센터 및 위암센터 등은 매운 음식과 위암 발생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계암연구기금 및 미국암연구소(WCRF/AICR) 보고서에서는 매운 고추의 섭취는 위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3등급 위험요인(limited evidence-확실한 발암 위험요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한 위험요인)으로 판정하고 있다. 아직 다양한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암정보센터는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인도나 남미 사람들에게서 위암이나 구강암, 식도암과 같은 소화기계 암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운 음식이 암 발생과 관련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면서도 “고추 등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의 자극에 의해 암이 발생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고 캡사이신이 암을 유발한다거나 또는 암을 예방한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암정보센터는 “우리나라는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민족적 특성이 있으므로 우리나라 고유의 연구가 보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품안전당국에서도 1인가구가 늘어나는 인구구조 속에서, 그리고 성장기 청소년들이 ‘매운 맛’ 일회용 식품을 자주 찾는 점을 고려해 위장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식품안전기준을 마련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캡사이신을 식품에 사용할 경우 자연 캡사이신 사용 규정만 두고 있고 사용량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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