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지도데이터는 디지털 영토,내주면 빅테크 식민지”
찬성하는 사람은 디지털 시대 이완용 … 일제 토지조사 후 수탈 역사 기억해야
“영토는 뺏기면 (저항과 투쟁을 통해) 다시 찾을 수 있지만 데이터는 한번 나가면 찾을 수 없다.”
16일 서울 신문로 내일신문 사옥에서 만난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구글의 대한민국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구에 대해 “지도 데이터 반출은 디지털 주권을 잃는 것”이라며 “절대 허가해선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확보할 경우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며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결국은 국내 디지털 산업이 빅테크 기업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력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정밀지도를 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제강점기 토지조사가 자원 수탈의 시작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도데이터는 인공지능(AI) 시대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토대”라며 “지도 반출을 찬성하는 사람은 디지털 시대 이완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공간정보산업 1세대 기업인이다. 1998년 한국공간정보통신을 창업해 지금까지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정밀지도 반출이 왜 디지털 주권을 잃는 것인가.
지도데이터는 아날로그 시대의 단순한 지도가 아니다.
국가 영토를 디지털로 구현한 것이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되면 해당 기업이 데이터를 수정 삭제 왜곡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된다.
또 정밀지도는 위치정보뿐 아니라 교통흐름 인구밀도 인프라 배치 등 종합적인 생활정보를 포함한다.
이 데이터가 외국 기업 서버로 넘어가면 국내법 적용이 어렵다. 개인정보보호법 공간정보관리법 등 국내 법령에 따른 감독이 불가능해진다. 우리가 만든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최근까지도 구글은 독도를 ‘따께시마’로 표기했었다.
●국가안보 관점에서 초정밀지도는 어떤 의미인가.
정밀지도에는 군사시설 원자력발전소 통신기지국 등 국가 주요 시설과 인프라 위치가 표시된다. 국외로 이전된 정밀지도가 대한민국과 적대적인 국가나 세력에 넘어간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위성 영상과 결합시 주요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이 가능해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구글 지도가 군사기지 공격에 활용됐다는 주장이 있었다. 구글은 우리 정부의 안보시설이 안보이도록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구글지도를 보면 국내 안보관련 주요시설이 드러나 있는 사례가 많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정밀지도는 왜 중요한가.
정밀지도 해외 이전은 결국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경쟁력을 높여 국내 디지털 플랫폼 기업 시장점유율을 떨어뜨릴 것이다. 대한민국은 검색시장에서 구글이 1위를 못하는 몇 안되는 나라다. 그것은 국내 플랫폼들이 한글 콘텐츠 측면에서 우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를 활용한 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구글이 정밀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면 검색 지도 O2O(온라인투오프라인) 등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국내 디지털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미국은 지도데이터를 외국에 반출하나.
미국은 자국 내 군사시설 국가안보관련 지도데이터 해외반출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지도데이터가 전시•테러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지도공개조차 제한하고 있다. 특히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자국 기업에게만 민감데이터 접근권한을 부여하고 타국기업에는 제한을 가하는 이중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 국방부(DoD) 연방항공청(FAA) 등은 지도데이터에 대해 국가안보차원 특별관리체계를 운영한다. 이에 따라 구글은 해외 지도와 달리 미국 내 군사기지 에너지시설 핵시설 등은 지도에서 비공개하거나 흐리게 처리하고 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