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요 국정과제 ‘국민 참여 공론화위원회’ 추진

2025-05-22 13:00:22 게재

의료개혁·교육개혁·정년연장 등 갈등과제, 사회적 합의 유도

“정부 필요 아닌 과제선정·공론화 절차 등 법적 토대 필요”

“참여자 선발·운영·결과 발표까지 독립성·투명성 보장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집권하게 되면 국민 갈등이 예상되는 주요 국정과제들에 대해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의료 개혁뿐만 아니라 교육 개혁, 정년 연장 등 국민 합의가 필요한 주제들을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다. 전문가들은 공론화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공론화할 주제 등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 정부의 입맛에 따라 공론화를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운영과 결정 과정의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결과를 정해놓고 진행하는 ‘책임 떠넘기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국민들이 논의와 합의과정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투명성’ 확보도 주요한 성공 요소로 꼽혔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6차 총괄본부장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22일 더불어민주당 정책본부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집권 이후 ‘세계의 표준이 되는 민주주의 강국을 만들겠다’며 국민이 참여하는 의제별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도출을 활성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주요 의제로는 의료개혁, 교육, 정년연장 등 정부나 전문가 주도로 의사를 결정할 경우 국민 갈등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꼽힌다.

이 후보는 보건의료 분야 공약을 통해 ‘국민 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합의 대상은 증원규모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공공의대 등 윤석열정부에서 확인된 다양한 갈등 주제가 포함될 전망이다. 그는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에서 다시 출발해 AI와 첨단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시대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도 이해당사자 중 하나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지난해 대표시절에도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여야정과 의료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별위원회’ 구성안을 내놓은 바 있다.

교육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도 제안했다. 이 후보는 국가교육위원회와 관련해 “교육정책은 국민과 함께 정하겠다”며 “국가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숙의와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과도한 유아 사교육 문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는 유아 사교육은 대입제도 등과 연결돼 있어 전반적인 교육제도를 손보는 교육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뜨거운 감자’인 정년 연장도 사회적 합의 과제다. 정년 연장은 청년 취업과 연결돼 있어 세대간 갈등을 확산시킬 수 있는 주제다. 또 정년연장은 연금수령시점과도 연계돼 있는 등 연금개혁과 같이 논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는 “법적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사이의 단절은 생계의 절벽이다. 준비되지 않은 퇴직으로 은퇴자가 빈곤에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정년연장을 사회적 합의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국회의사당과 집무실을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동의했다. 그는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겠다”면서 “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낙태죄 대체입법 등 난제도 이 후보는 ‘사회적 합의’ 영역으로 옮겨 놨다.

사회적 합의를 공론화위원회 의제로 채택하는 데에 의제 채택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통령 등 집권세력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신들의 의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공론화센터장은 “특정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드는 게 아니라 프랑스와 같이 5000억원 이상 사업비가 들어가는 경우 공론화를 거치도록 한다는 등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시행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필요에 의해 공론화 절차를 거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독립성도 중요하다. 김 센터장은 “참여하는 대상자 선발부터 운영, 결과 발표까지 모든 절차에 대해 독립성이 보장돼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해당사자가 들어가거나 정부 관계자가 공론화위원회에 들어가는 식으로 운영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공론화는 우리 사회의 신뢰를 높이고 국민 통합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절차”라며 “여야가 극단적인 주장만 하기보다는 공론의 장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결과를 수용하는 절차가 민주주의를 학습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라고 했다. “양극화되고 분열돼 있는 상황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국민통합적 기제인 것은 분명하다”고도 했다.

정부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부동산 정책과 문재인정부 때인 2017년 신고리 5·6호기, 2018년 대입제도 공론화위원회를 시도했고 2014년엔 국회 연금특위에서 연금개혁안을 공론화에 부쳤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조례 등을 근거로 지역내 갈등 과제들을 공론화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공론화 기구의 상설화 및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한 제도화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공론화 결과 활용 방향과 수용 여부를 사전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인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기 위해선 숙의 과정과 내용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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