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혁신기업인 열전 ⑦ 이종용 리뉴시스템 대표
“누수는 사회적 재난”…완벽 방수기술 해외서 '러브콜'
폐자원 활용, 겔 형태 비경화·점착방수제 ‘터보씰’ 개발
영하 40도·지하 100m 수압에도 견뎌 누수 완벽 차단
미국 보스톤지하철, 싱가포르 해안고속도 등 시공 성공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세계는 강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한국은 지속되는 저성장에 고환율, 수출경쟁력까지 떨어지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의 성장은 기업인들의 혁신정신이 일궈 온 성과다. 내일신문은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2007년 미국 보스톤의 ‘빅딕’(Big Dig)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빅딕은 보스턴 외곽과 도심을 연결하는 26㎞ 규모의 8~10차로 지하도로망 건설사업이다. 하지만 심각한 누수로 골머리를 앓았다. 미국 기업들은 해결하지 못했다.
한국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보스톤으로 날아갔다. 단번에 누수를 막았다. 빅딕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전문서비스 기업이 놀랐다.
“한마디로 마술이네요. 토목기술자 모두 놀랐습니다.” 파슨스브링크호프의 헨리 라셀 수석부사장은 감탄했다.
한국시장에서 외면받던 중소기업 기술력이 미국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소문이 났다. 해외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세계 20개국에서 2500건의 시공을 마쳤다.

◆방수방식 완전히 바꾼 혁신기술 = 22일 여주시 리뉴시스템을 방문했다.
바로 ‘터보씰’(Turbo Seal)를 개발하고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는 기술혁신형중소기업이다. 2007년 이노비즈인증을 획득했다.
“누수는 사회적 재난이다.” 이종용 대표의 첫마디다. 누수는 싱크홀과 기반시설 붕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대명초사거리에서 발생한 싱크홀(Sinkhole)로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슴졌다. 당시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와 터널 내 누수문제가 사고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 대표가 사회적 재난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이 대표는 “지하수는 지반을 지탱하는 자원으로 유출을 막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하공사가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완벽한 방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리뉴시스템이 개발한 터보씰은 기존 방수방식을 완전히 바꾼 혁신기술이다. 터보씰은 비경화형 고점착 방수제다.
기존 방수기술은 접착·경화형이다. 표면에 바르면 굳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구조물이 진동하면 깨지거나 들뜸현상이 발생한다. 습기 있는 경우에는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보통 3~5년 내 보수가 필요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반면 터보씰은 겔형태의 비경화형으로 시공 후에도 굳지 않는다. 유연성은 구조물 진동을 흡수하고 균열이 발생해도 밀착력을 유지한다. 비경화 특성으로 영하 40도~ 영상 60도 이상의 온도변화도 견딘다. 지하 100m 수압에도 갈라지지 않는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물 속 방수에 성공한 기술이다. 콘크리트 배면을 천공해 터보씰을 주입하면 물이 흐르는 상태에서도 방수층을 형성한다. 주입한 물질은 콘크리트 외부 표면에 붙어 완전방수를 이룬다. 이 공법은 특허로 등록됐다.
폐고무 폐유 등 폐자원을 30% 이상 재활용했다. 폐자원의 독성을 빼 친환경적이다. 2013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지정된 배경이다.
◆한번 시공에 반영구 사용 = 리뉴시스템은 폐자원을 활용한 자원순환형 복합방수시트인 ’터보시트 GTR 3000’을 개발했다. 제품은 온도 저항성 인장성 신장성 내열성 등을 바탕으로 뛰어난 방수 성능을 유지한다. 동절기 저온환경에서도 시공이 가능하다. 방수층이 깨지거나 흘러내리지 않으며 내열점착성도 크게 개선됐다.
리뉴시스템은 터보씰과 터보시트를 복합해 ‘폴리아스’ 공법을 개발했다, 이 공법은 공정 간소화를 통한 공기단축과 공사·유지관리비를 절감한다.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신기술, 국토교통부의 신기술로 지정됐다.
이 공법은 국내외서 인정받았다. 국내에서 약 20만건, 해외 20개국 2500여건의 시공을 마무리했다.
대표 시공사례로는 싱가포르 마리나 코스탈 익스프레스웨이다. 해당 지하 고속도로 구간 중 누수가 발생한 약 7km 구간을 보수했다. 보수한 2개 공구는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누수도 없다. 반면 다른 업체가 시공한 3개 구간에서는 누수가 발생해 현재 싱가포르 정부가 추가 보수를 의뢰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건물, 이집트 대통령궁,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혹한기 구간 수주를 앞두고 있다
2000년 인천국제공항 누수, 2019년 발생한 지하철 과천선 누수, 2020년 원자력연구원 중이온가속기 누수 등도 모두 리뉴시스템이 해결했다.
이 대표는 “한번 시공에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알려져 세계 각국에서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완벽한 방수’에 진심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보고 구조물 안전에 관심을 가졌다. 1999년 창업한 회사 이름을 ‘새롭게 살린다’는 의미를 담아 ‘리뉴’(RENEW)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30대 후반에 현대자동차에서 나온 후 도전한 첫 사업은 실패했다. 개발과정에서 3번의 폭발사고를 경험했다. 10년간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느라 회사는 추락했다.
모든 걸 정리하고 다시 출발했다. 방향은 세계다. 단순한 제품판매를 넘어 폐자원을 활용한 사회적 재난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여주 =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