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수수료 약 1조원…특허와 무관하게 사용

2025-06-18 13:00:02 게재

기재부 일반회계전출금으로 매년 강제 편성

심사관 부족에도 10년간 9672억원 빼내가

“심사관 확충 등 인프라 구축에 활용해야”

특허수수료가 매년 특허와 무관한 곳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무려 10년간 1조원 가까이 된다. “특허수수료는 전액 특허인프라 구축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심화와 기술안보 강화 속에서 기술선점을 위해 신속한 권리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18일 지식재산(IP)업계에 따르면 특허수수료는 매년 늘고 있다. 특허출원과 특허등록 건수가 계속 증가한 결과다. 특허수수료는 특허출원과 심사 등록 유지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출원수수료 △심사청구료 △등록료 △유지연차료로 구성된다. 유지연차료는 특허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납부하는 비용이다.

◆10년간 5조408억여원 = 특허권자들이 납부한 특허수수료는 2016년 4787억원이었다. 2017년 5000억원을 돌파한 후 처음으로 2023년 6000억원을 넘어섰다. 2024년 특허수수료는 6042억원이다. 2025년 2월 현재는 969억원이다. 올해도 6000억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2025년 2월까지 총 특허수수료는 5조408억원이다. 이중 중소벤처기업들이 납부한 특허수수료는 같은기간 총 7123억원으로 전체 14.1%를 차지한다.

특허수수료는 특허청 운영재원이기도 하다. 특허청 공무원 인건비를 비롯해 운영비 부대비용 등에 사용된다. 특허청 각종 정책사업도 특허수수료를 기반으로 한다. 실제 특허청 예산의 수입 대부분을 특허수수료가 차지한다. 특허수수료로 특허청이 운영되는 셈이다.

이는 특허청이 책임운영기관이기 때문이다. 책임운영기관은 정부조직 중 행정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기업방식을 도입한 행정기관을 의미한다. 이들 기관은 독립된 예산과 회계를 기본으로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기업처럼 스스로 벌어서 먹고사는 기관이라는 이야기다.

책임운영기관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재 국립과천과학관 국립경찰병원 한국농수산대학 국립수산과학원 항공기상청 등 52개 기관이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특허청은 정부부처 중 유일한 중앙책임운영기관이다.

◆기재부 전출금 편성기준 없어 = 하지만 특허수수료 중 일부가 매년 국가의 일반회계로 빠져나가고 있다. 10년간만 약 9672억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가 특허수수료 일부를 매년 일반회계전출금으로 편성하기 때문이다.

특허수수료 규모가 커지면서 전출금 편성액도 증가했다. 2016년 762억원에서 2023년 1525억원으로 2배 가량 늘었다. 이후 2025년 1026억원으로 약간 줄었다. 2016~2024년까지 전출금 규모는 특허수수료 총액의 17.6%에 달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가재정법 제13조에 따라 특허청 여유재원을 일반회계로 전출해 통합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청 주요사업비, 인건비, 기본경비 등을 편성 한후 남은 여유재원 중 일부를 일반회계 전출금 또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금으로 편성하고 있는 것이다. 1조원 가까운 특허수수료가 특허와 무관한 일반경비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기재부의 전출금 편성기준이 없고 ‘여유재원’ 판단도 자의적이라는 지적이다.

연도별 전출금 편성비율이 일정하지 않다. 연 특허수수료 총액의 9.6~24.8%로 들쑥날쑥이다. 2016년 전출금은 762억원으로 특허수수료(4787억원)의 15.9%였다. 2021년이 전출금 비중(9.6%)이 가장 낮았다. 2023년에는 전출금(1525억원)으로 특허수수료(6138억원)의 24.8%를 가져갔다.

◆근거규정에도 맞지 않아 = 특히 일반회계전출 근거규정에도 맞지 않다. 국가재정법(제13조)을 살펴보면 회계·기금 간 여유재원의 전입·전출은 ‘회계 및 기금의 목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특허청은 고품질 특허심사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금부족으로 특허심사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게 원인이다.

특허심사관 수는 선진 특허 5개국(IP5)중 가장 적다. 2023년 기준으로 특허심사관은 한국이 980명이다. 2020년 기준 1만3704명인 중국의 7.1%에 불과하다.

심사관이 적다보니 1인당 처리건수, 1인당 담당기술분야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한국의 심사관 1인당 186건을 처리해야 한다. 유럽(59건)보다 3배 가량 많다. 담당기술분야도 한국(80개)은 중국(6개)보다 13배 넓다. 고품질 특허심사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차원의 미래 첨단기술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특허수수료를 고품질 특허심사를 구현하는데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특허수수료 전출금액으로 특허심사인력 확보와 기술유출 피해기업 지원 등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허청이 최근 105명의 국가핵심산업 전문가를 임기제 심사관으로 채용했다. 이들 1인에게 투입되는 인건비와 각종 부대비용 등 총비용은 연 1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특허수수료를 전출금으로 빼가지 않는다면 특허청 자체로 심사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벤처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특허인프라가 부족하다”면서 “대부분 사업을 위해 납부하는 특허수수료를 특허와 무관한 곳에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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