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미 산업협력 완성하는 교차투자

2026-06-09 13:00:01 게재

한미 외국인직접투자(FDI) 교류는 우리가 미국에서 일방적으로 투자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FDI 유입 통계는 1962년부터 집계되었는데 그해 2건의 투자가 있었다. 미국 기업들에 의한 아세아자동차공업(자동차), 코오롱(나일론)에 대한 투자였다. 이후 미국의 투자는 주로 한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정유 비료 곡물 섬유 전기전자 등으로 확대되었다.

한국 경제가 고도화되자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전기전자 등에 첨단 부품·소재를 공급하기 위한 투자가 많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한국이 금융·자본시장과 M&A 투자를 전면 개방하자 금융·보험 도소매·유통 통신 등의 서비스 업종으로 더욱 확산되었다.

한국은 대미 투자 역조 상태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1970년대 말 한국 대기업의 종합상사가 대미 수출 확대를 위해 미국에 판매법인을 설치하면서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한국의 대미 투자(신고기준)가 미국의 대한 투자(도착기준)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1980~2023년 누적 투자액 기준으로도 한국의 대미 투자(2223억달러)는 미국의 대한 투자(445억달러)보다 훨씬 많다. 최근에는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의 대미투자가 확대되면서 2021~2023년 3개년의 연평균 역조액은 258억달러에 달한다.

투자 역조의 근본원인은 양국의 시장 규모의 차이다. 시장을 찾아 투자하는 기업의 특성상 한국 기업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적극 투자하지만 미국 기업은 세계 10위권의 한국 시장보다는 유럽이나 중국에 더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의 시장규모(GDP)가 획기적으로 늘거나 한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대형 인수·합병이 있지 않는 한 미국의 대한 투자는 크게 증가하기 가 쉽지 않다.

두 나라의 지속가능한 투자 교류를 위해서도 한미의 투자 역조의 개선은 필요하다. 한가지 대책은 한미가 서로 강한 분야를 상대국에 투자하는 ‘교차투자’의 강화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이미 한미 교차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생산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은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세우고, 반도체의 소재·부품·장비·R&D에 강점을 가진 미국은 이들 분야에 대한 한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교차투자는 반도체처럼 ‘산업 내’ 뿐만 아니라 ‘산업 간’에서도 가능하다. 한국은 생산 우위에 있는 조선 원전 2차전지 핵심광물 바이오제약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은 기술 우위가 있는 인공지능 정보통신 양자기술 바이오 우주항공 등에서 대 한국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다.

역대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이들 산업의 협력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국가 간 산업협력의 수단은 무역, 지재권거래, 투자가 있다. 이중 가장 강력한 수단은 투자다. 한미의 긴밀한 산업협력은 교차투자를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구체화 될 수 있는 것이다.

투자 역조 개선은 미국의 대 한국 ‘교차투자’ 확대로

한국이 투자 역조를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이 한국보다 더 적극 교차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 전세계 해외직접투자에서 대 한국 투자 비중은 2020년 0.6%(미국 상무부 BEA 잔고기준)에 불과해서 대 한국 투자 확대의 여지가 있다. 미국의 대 한국 교차투자 확대는 미국에게도 이익이다.

미국의 투자로 한국의 산업이 더욱 고도화되면 미국 진출을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는 한국 기업은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의 산업 공급망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원천기술, R&D 역량, 시장 수요에 힘입어 성장해온 한국의 반도체가 지금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미국의 공급망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증거다.

이영선 코트라 아카데미 연구위원 중앙대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