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별과 배제가 아닌 따뜻한 연대로

2020-03-11 10:52:23 게재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대부분 시민들의 삶이 고단한 상황이지만 보건의료노동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3월을 보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 소속병원 등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은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맨 선두에 서 있다. 지방의료원의 경우 병상을 비우고 코로나 확진 환자를 전담해 치료하고 있다. 사립대학병원을 비롯한 수많은 민간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땀 흘리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노동자들은 부족한 혈액을 마련하는 일에 분투하고 있다.

코로나와 싸우는 노동자에 응원을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들이 증가하면서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지원하고자 근로복지공단의료본부지부와 국립교통재활병원지부, 국립중앙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이 파견 근무에 나선 상태다.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고도 기꺼이 달려가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겠다는 모습은 실로 감동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노조는 마스크와 보호 장구가 부족한 현실을 알려내고 보건복지부에 긴급한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아울러 민간병원들도 코로나19 확진환자 입원을 위한 병상 확보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또한 보건의료노동자들에 대한 교육훈련 강화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병원내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청소 시설관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도 적절한 교육 훈련과 보호조치가 적극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두껍게 하고 인권을 살펴야 한다. 노인들과 장애인 영유아 등 돌봄 대책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3교대 근무에 이제는 육아까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유급 돌봄휴가'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임신한 여성노동자들에게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또한 정부와 국회에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재정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것을 촉구한다. 대구·경북지역에 파견된 보건의료노동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민간병원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한다.

시민들께는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을 응원해줄 것을 요청드린다. 이 사태가 더욱 장기화되면 의료인들과 병원 노동자들의 피로가 누적될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는 큰 힘이 된다.

응원과 격려는 가장 좋은 백신

2015년 메르스 감염병 사태도 잘 극복했던 경험이 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 수준은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의 의료기술과 의료진의 수준은 세계 최강 수준이다. 세계가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한국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지나친 공포와 혐오, 차별과 배제가 아닌 하나 된 연대로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 특정인이나 집단, 지역에 대한 낙인과 혐오, 배제와 차별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회를 이루며 함께 살지 않는다면 감염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감염병에서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봄날의 햇살처럼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만큼 좋은 백신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