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조세피난처 장기거래로 ‘조세회피’

2020-08-03 12:14:11 게재

“매출 · 매입 거래 조정에 용이”

매출 · 수익거래에서 세금 낮춰

5천여개 표본, 12년 거래 분석

국내 상장기업들이 조세피난처 소재 특수관계자(종속· 관계회사 등)와의 장기거래를 통해 조세를 회피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하는 ‘회계학연구’ 최신호에 실린 논문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소득이전과 조세회피’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이 조세피난처 특수관계자와 매출·수익거래가 장기간(3년·5년 분석) 이뤄지면 조세부담이 낮아지는 등 조세회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도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단기거래에서는 조세회피와의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논문저자인 고종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피난처 특수관계자를 이용한 매출·수익거래가 장기간 발생하는 경우 거래액 증가가 조세회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세피난처 거래가 갖는 경제적 실질을 추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세피난처의 조세회피와 관련된 선행 연구는 조세피난처 자회사 보유여부만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자회사 존재여부가 아니라 조세피난처 소재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등이 포함됐다.

고 교수는 “특수관계자 거래를 이용해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과세소득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매출 감소나 매입 증가를 통해 가능하다”며 “일반거래 상대방과의 매출·매입거래를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존재하지만 특수관계자 거래를 이용하면 관련 정보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힘들고 매출·매입이 더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국내 및 국외소득을 합산해 과세하는 전세계과세제도(worldwide tax system)를 채택하고 있다. 해외지점의 국외소득은 국내에서 즉시 과세되지만 해외자회사의 국외소득은 배당형태로 국내에 송금되는 시점에 과세된다. 조세피난처 특수관계자의 외국납부 법인세는 크지 않기 때문에 모기업이 조세피난처 특수관계자 소득을 해외에 유보하거나 재투자하는 방법을 통해 국내에 송금하지 않으면 국내의 법인세과세는 이연된다.

이번 연구에서 기업의 조세부담 은 매연도 당기 법인세납부액을 세전순이익으로 나눈 ‘현금유효세율’ 과 법인세비용을 세전순이익으로 나눈 ‘유효세율’로 측정했다. 장기분석의 경우 분석기간의 법인세납부액(법인세비용) 합계를 세전순이익 합계로 나눠 계산했다.

고 교수와 함께 논문을 작성한 박희진 경기대 교수와 윤성수 고려대 교수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기업의 감사보고서에서 현금 법인세납부액과 특수관계자 거래내역을 수작업으로 수집했다.

표본은 현금유효세율을 사용하는 경우 5087개, 유효세율을 사용하는 경우 5112개 규모다.

"기업 조세회피 '싱가포르·스위스' 에서 주로 발생" 으로 이어짐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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