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암 경험자 사회복귀, 각자 도생?

2021-03-05 11:48:07 게재
정승훈 윤슬케어 대표

암에 걸리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의료기술의 발전은 암 조기발견과 치료성과를 높였고 암 환자 5년 생존율은 70%를 초과했다.

그러나 암 생존율이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연간 24만명이 암을 진단받고 5년을 초과해 생존한 사람은 110만명을 초과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암환자들이 우리 주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암환자가 스스로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에 암 진단 사실을 알리는 것을 '암밍아웃'('암'과 '커밍아웃'의 합성어)이라고 한다. 암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환자들 사이에서 암밍아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암밍아웃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은 '내 잘못으로 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숨길 필요가 없다' 또는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암 경험을 주변에 알린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암 환자가 '주변의 동정어린 시선이 불편해서' '경쟁사회에서 약점이 될 것 같아서' 암 경험을 숨긴다.

왜 고통스러운 치료과정을 거친 후에도 암 환자는 사회적 약자로 살아야 할까? 암이 누군가를 특정해서 찾아온다면 나름의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암은 원인이 다양하고 아직도 그 발병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암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 국민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 시대다. 누구나 암 환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지금의 내가 아닐 뿐이다. 암 환자가 겪는 어려움은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짐이다.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암 경험자가 겪는 어려움도 달라진다. 첫 취업 또는 치료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투병으로 발생한 경력공백을 설명해야 한다. 다른 이유를 댈 수도 있겠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직장을 구해도 끝나지 않는다. 암 생존자는 치료 후 정기적으로 내원해서 받는 정기검사를 위해 연간 4~8회의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사내 분위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이런 휴가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바쁜 업무라도 겹치면 동료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소상공인' 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인다. 누군가 가게운영이나 일을 대신 해주지 않는 이상 치료 중에는 일을 쉬거나 가게문을 닫아야 한다. 완전한 경제력 상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그 어떤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암 생존자 110만 시대, 이들의 일상복귀를 공공이 더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아파도 일상활동을 할 수 있는 그런 복지국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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