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증시 전망

SVB(실리콘밸리은행)발 미국 및 글로벌 은행권 불안 확산 주목

2023-03-13 11:42:02 게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중국 실물지표 관심 … 고금리 부작용에 금리인상 속도·강도 수정 전망

이번 주 최대 관심사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여부다. 미국과 글로벌 은행권의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금융당국의 추가조치 내용과 SVB 예금자 비보호 부문에 대한 지원, SVB에 익스포저를 가진 금융권에 대한 보호 조치 등에 주목하며 시장이 안정을 찾을지가 중요하다. 13일 SBV 예금보호자 인출과 미국 여타 중소은행 불안 확산 여부, 보유채권 미실현 손실 많은 선진국 은행들에 대한 투자자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과 중국에서 주요 경제지표에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14일(현지시간) 소비자물자지수 발표가 있어 연준 긴축과 관련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3월 FOMC를 앞두고 미국의 물가와 소비 지표 결과가 주는 시장 민감도는 어느 때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 악몽?=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VB 사태는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SVB는 미국 내 자산규모 16위라 적지 않은 규모인데다, 비슷한 문제를 가진 중소은행이 한둘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라며 "PacWest(-37.9%), Signature Bank(-22.8%), First Republic Bank(-14.8%) 등이 금요일 동반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SVB는 1982년 설립 이후 40년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했던 은행인만큼 벤처캐피탈, 스타트업에 연쇄적 영향이 우려된다. 로쿠와 로블록스 등은 보유현금의 26%, 5%가 SVB에 묶였다고 발표했고, 당장 15일 급여 지급에 문제가 생긴 스타트업도 많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또한 연쇄 은행 부도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SVB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진 채권투자손실은 SVB 한 은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대규모 은행인출(뱅크런) 발생이 이어지면서 의도치 않은 자금경색 현상을 촉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벤처 및 스마트기업의 연쇄 도산 리스크도 우려사항"이라고 경고했다. 고금리 영향으로 업황 부진 및 자금난에 직면한 실리콘밸리 내 벤처캐피탈 및 스마트기업의 연쇄부도 압력을 높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 위축이 경기침체로 이어져 또 다른 신용위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박상현 연구원은 금융위기로의 확산은 좀 더 지켜봐야할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 연준과 재무부는 서브프라임 리스크에 대한 과소평가와 뒤늦은 대응으로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바 있어 이번에는 발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당국이 12일(현지시간)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이 안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가는 이번 SVB 사태가 과거처럼 금융시장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시중 대형은행들로 유동성 위기가 전이돼야 하지만 2008년 위기 이후 미국 대형은행의 재정 건전성이 강화됐다"며 "또 SVB 주 고객층이 바이오벤처나 테크 관련 신생 업체인 만큼 관련 업종 투자심리는 단기적으로 불안하겠지만 증시 전반에 걸쳐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SVB 사태가 확산할 우려가 있는 건 결국 예금 인출이 중단될 경우 기업들의 재무활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인 만큼 우려가 확산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이번 SVB 사태가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긴축정책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금리 상승기에 SVB가 보유 국채가격은 급락하고 예금이자 부담은 커진 가운데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한 것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기 때문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SVB 사태로 얻을 수 있는 건 연축의 긴축 제한 효과"라면서 "이 사태는 '금리'가 본질이기 때문에 추가 피해를 가늠해야 할 이 시기에 미 연준이 긴축기조를 강화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근원 CPI 상승 여부 관심=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전 마지막 발표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4일(현지시간)발표된다. 지난 1월 헤드라인 CPI는 6.4%로 완만히 하락했으나 이번에는 6% 내외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전월대비(1월 0.5%)로도 소폭 하락이 예상된다.

근원 CPI도 작년 9월 6.6%를 고점으로 1월 5.6%까지 4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이번에 소폭 추가하락 가능성이 있다. 전월 대비로는 1월 0.4%로 2개월 연속 상승후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15일에는 미국의 생산자 물가지수가 발표된다. 작년 6월 11.3%에서 1월 6.0%로 7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금번에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이날 2월 소매판매 발표는 지난 1월 3.0%로 3개월 만에 큰 폭 반등세를 보여 미국의 견조한 소비를 시사했으나 이번에는 재차 큰 폭으로 약화될 전망이다.

16일 미국 주간 신규실업수당신청건수 발표는 지난주 신청건수가 21.1만건으로 예상치를 상회한 이후 금번에도 추가로 늘어날지 주목된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전월대비 0.2%로 1월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의 초과 저축분 및 견조한 노동시장이 소비 여력을 뒷받침해주며 예상보다 소비 흐름이 양호한 상황이나 1월의 높은 기저효과와 최근 저축률의 반등 등을 고려할 경우 모멘텀은 점차 둔화될 가능성 높아 보인다. 소매판매의 둔화는 연준 긴축을 둘러싼 불안을 다소 진정시켜줄 수 있다.

◆중국 리오프닝 유효 기대 = 중국에서는 15일에 2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지표가 발표되어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개선 기대가 유효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 제조업과 비제조업 PMI 지수의 개선 등을 고려할 때 춘절 영향과 더불어 소비의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시장 컨센서스를 보면 생산 및 투자 지표의 증가율 개선이 상대적으로 소비에 비해 더딜 수 있다. 하지만, 춘절 연휴를 포함한 만큼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개선 기대는 일단 소비 지표를 중심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과 투자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소비 개선이 이어질 경우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컨센서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긴 했지만 근원 물가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OECD 경기선행지수를 살펴보면 독일을 중심으로 최근 유럽 국가들이 반등세를 보이며 여타 주요국에 비해 회복 움직임이 좀 더 빠르게 이어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양호한 경기와 물가 오름세는 유럽중앙은행의 매파적인 입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달러변동성 확대될 듯 = 이번주 원달러환율은 경계감속에서 SVB 사태 파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 발표된 2월 고용지표가 다행히 시장에 안도감을 주었지만 이번 주 발표되는 2월 미국 소비자물가와 SVB 파장은 달러화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소비자 물가보다 SVB 파장을 외환시장이 더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SVB 사태 확산시 신용위기 우려감 증폭으로 달러강세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당분간 외환시장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관망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2원 내린 1317.0원에 개장한 뒤 1,310원대 중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2380대에서 약보합세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9시 44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03포인트(0.50%) 하락한 2382.56에서 거래 중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939억원, 334억원 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기관 홀로 2326억원 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38포인트(1.44%) 떨어진 777.22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424억원 42억원 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외국인 홀로 724억원 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SVB 사태"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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