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영어 모평, 흔들리지 않는 학습전략이 관건

2025-09-24 13:00:02 게재

모평 영어 1등급 비율 1.47→19.1% 등락 커 … 수능 적정 난도 찾는 과정 불과, 등급보다 원점수 확보 노력 중요

수능 영어 영역은 수험생에게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추는 ‘전략 과목’이다. 문제는 수능 모의평가와 실제 수능 사이의 난도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치르는 14회의 모의고사 중 수능 출제 기관이 주관하고 졸업생도 합류하는 고3 6월과 9월 모의평가는 ‘수능 실전 대비를 위한 예측과 진단’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한 시험으로 평가받는다. 한데 2025학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는 영어 1등급 비율이 1.47%에 불과했지만, 2026학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는 무려 19.1%로 급등했다. 3일 시행된 수능 9월 모의평가는 가채점 결과, 6월 모의평가에 비해 1등급 비율이 훨씬 낮아진 3~4%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널뛰는 영어 난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영어 공부법을 짚어봤다.

교육부는 2017 수능 한국사 영역, 2018 수능 영어 영역을 차례로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한국사에 비해 영어는 수시전형에서 최저 기준 과목으로 활용되고 정시전형에서는 대학별로 10~20% 반영되는 등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모평 수능 적정 난도 찾는 가늠쇠 = 1등급 비율이 상대평가 과목에 비해 지나치게 낮으면 상위권 학생들이 최저 기준 충족에 불이익이 커지고 절대평가의 본래 목적이 무색해진다.

반면 10% 이상이면 변별력이 줄어들어 상위권 변별력이 국어 수학에 과도하게 집중된다. 절대평가 전환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상위 7% 내외가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난도를 조정하겠다’라는 방침을 세웠다.

초반엔 난도가 널뛰었지만 2022 수능부터는 1등급 비율이 5~7% 내외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모의평가는 최근 1등급 비율의 등락이 심하다. 지난해 2025 6월 모평은 1.47%, 9월 모평은 10.94%, 올해 2026 6월 모평은 19.1%를 기록했고 9월 모평은 3~4%로 추정된다.

다수의 입시 전문가들은 “매해 상위권 비율을 정밀하게 예측하기 어렵고 고난도 문항 몇 개만으로도 성적 분포가 크게 요동치기에 수능 영어 영역에서 적정 1등급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라고 입을 모은다.

학령인구의 변화, 교육과정 평가 제도의 개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해마다 수험생의 실력도 차이가 난다. 류승백 서울 강동고 교사는 “6월 모평은 평가원이 새로운 고3 집단을 처음 상대하는 시험이라 학생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일종의 가늠쇠 역할을 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9월 모평에서 난도를 조정해나간다”고 설명했다.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는 “수험생 입장에서 모평 성적은 단순히 1등급 비율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출제 경향과 취약 유형을 점검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모평의 성격과 목적을 정확히 이해할 때 안정적인 학습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난해한 지문+매력적 오답+어려운 어휘로 난도 조절 = 현재 수능 영어 영역은 2001 수능부터 듣기 17문항과 독해 28문항 체제가 자리 잡았고, 2014 수능 이후 평가원이 영어를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한 의사소통 능력 평가’로 규정하면서 지금의 빈칸 추론 순서 배열 문장 삽입 장문 독해 간접 쓰기 등으로 핵심 유형이 굳어졌다. 2018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한 이후에도 이 틀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후 매년 출제 방향에서도 평가원은 ‘문항 유형은 유지하되 난도만 조절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수능 영어의 읽기 영역은 총 28문항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읽기 문항이 22문항, 간접 쓰기 문항이 6문항이다. 읽기 문항은 글의 맥락을 추론하는 문항으로 심경, 빈칸 추론 등이 출제된다. 글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문항으로는 목적, 주장, 요지, 주제, 제목을 묻는 문제가 포함된다. 함축적 의미를 해석하는 문항과 도표 지문 내용 실용 자료를 활용해 세부 정보를 확인하는 문항도 함께 출제된다.

오랜 입시 경험의 영어 교사들은 불변하는 틀 안에서 난도 조절 방법은 크게 세 가지라고 말한다. 낯선 주제나 난해한 지문, ‘매력적인 오답’이 있는 선지, 어려운 어휘다.

현 고3 영어 상위권 학생에게 1등급 비율이 1.47%였던 작년 6월 모평과 19.1%였던 올해 6월 모평을 모두 풀게 한 결과, 각각 83점(2등급)과 97점(1등급)을 받았다. 같은 유형이지만 극명한 난도 차이를 느꼈던 문항으론 31번을 꼽았다.

작년 6월 모평 31번은 지문이 어렵고 선지에 매력적 오답이 많아 오답률이 83%였다. 같은 유형의 빈칸 문제지만 올해 6월 모평 31번은 지문 자체가 평이하고, 지문 중간 ‘For example’부터 사례를 들어 더욱 명료하게 설명했다. 선지에서도 헷갈릴 만한 단어가 거의 없었기에, 풀면서 쉽게 느껴졌다는 평이다.

‘매력적 오답’을 활용한 난도 조정은 특정 지문이 시험 범위로 정해져 있는 고교 내신에서 주로 쓰인다.

류 교사는 “예를 들어 한국사에서 서로 뚜렷이 구분되는 시대를 선지에 제시하면 학생들이 쉽게 정답을 고를 수 있지만, 선지 모두 같은 고려 시대 안에서 세부적인 차이를 묻는다면 오답률이 크게 올라가는 식”이라고 설명한다.

어려운 지문도, 헷갈리는 선지도 해결책은 ‘독해력’이다. 한상준 강남인강 강사는 “빈칸 문제에서 지문 함정이 될 만한 ‘매력적 오답’은 없었다”며 “아는 단어들이 쓰였지만 독해가 쉽게 되지 않는 지문을 만나면 두세 번씩 다시 읽게 된다”고 설명한다.

◆탄탄한 독해력의 기본, 단어 = 선지 또한 만만치 않아 문제 풀이에 많은 시간을 쓰다 보면 결국 시간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난도가 비교적 낮은 40번대 장문 독해 유형을 먼저 풀고, 이후 고난도 문항에 집중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풀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지문의 밑줄 친 부분이 의미하는 바로 적절한 선지를 고르는 문항 유형인 21번은 지문 자체의 난도는 높지 않으나, 오답률이 높은 편이다. 어휘가 원인이다. 한 강사는 “2025학년 6월 수능 모의평가 21번과 2026학년 6월 수능 모의평가 21번은 각각 ‘여유, 공간, 여지’를 나타내는 다의어 room, ‘공로, 칭찬’을 나타내는 다의어 credit 등이 답을 고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고난도 어휘 학습뿐만 아니라 다의어를 정확히 알고, 문맥에 맞는 의미를 찾아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수능 영어 지문 아래에 단어 뜻을 달아주는 주석의 기준은 평가원이 정한 내부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 교육과정 범위 밖의 단어 중 과도하게 어려운 단어, 지문 전반의 이해에 필수적인 경우가 해당한다.

김 교사는 “보통 고교 과정 범위 밖의 단어에 별표를 달아주지만, 출제자의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며 “어려운 단어라도 문맥상 충분히 추론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주석을 달지 않기도 하고, 반대로 기본 단어라도 학생들이 모를 수 있다고 여겨지면 주석을 달아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수능용 단어집을 고를 때는 먼저 자신의 현재 수준에 맞는 난도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기가 부족하다면 기초 단어집으로, 내신과 수능을 함께 대비한다면 빈출 어휘 위주의 교재로, 상위권을 노린다면 심화 단어집으로 나아가는 식이다.

영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chunking을 강조한다. 한 교사는 “단어를 따로 외우지 않고, 의미 있는 덩어리(구 표현)로 묶어 기억하는 학습법이다”라며 “단순히 단어만 나열된 책보다 기출 예문 속에서 단어가 쓰이는 맥락을 보여주고, 어원이나 파생어까지 정리해주는 교재를 고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1등급 비율이 10% 이상일 때는 1등급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말한다. 류 교사는 “고득점을 원한다면 원점수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난도와 상관없이 항상 쉽게 출제되는 문항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듣기 문제, 도표, 내용 일치, 실용문 문제, 일부 장문 독해가 대표적이다. 이런 문항들을 모두 맞히면 안정적으로 55점 안팎을 확보할 수 있다. ‘맞혀야 할 문제’를 빈틈없이 맞히면, 1~2등급을 가르는 고난도 4~6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시험이 아무리 어려워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하한선을 구축하는 셈이다.

자신만의 문제 풀이 순서를 정해두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예컨대 어법 문제에 자신 있는 학생은 초반에 빠르게 풀고 넘어가는 반면, 어법이 약한 학생은 과감히 건너뛰어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순서를 찾아 충분히 연습해둬야 실제 시험에서 시간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영어 고득점 비결은 ‘꾸준한 독해력’ = 수능 영어에서 안정적으로 1등급을 받은 대학생들의 공부법을 살펴봤다.

2026 수능에서는 무난히 1등급을 확보한 박서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서울 강서고 졸업)은 단어 학습은 특히 중요하게 여겼는데 “한 단어에 여러 의미가 있다면 모두 정리해 외우려고 노력했다”며 “이런 습관 덕분에 문맥 속에서 단어가 다양하게 쓰이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24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을 받은 정지원 연세대 언더우드학부 2학년(서울 명덕외고 졸업)은 “지문에 모르는 단어가 많더라도 접속사, 대명사, 문단 전개와 같은 단서를 활용해 주제와 정답을 추론한다”며 “영어를 한국어로 완전히 번역하려 하기보다 영어 자체를 영어로 받아들이는 감각을 키우며 독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두 학생 모두 어릴 때부터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됐고, 문제 풀이 기술보다는 독해력 자체를 기르는 데 집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수·이도연 내일교육 리포터 ldy@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