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 | 돈은 어떻게 자라는가

돈과 삶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2014-05-02 12:03:59 게재
부키 권오상 지음 1만5000원

'파생금융사용설명서'라는 전작으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매료시켰던 권오상 전 CHA의과학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현 금융감독원 복합금융감독국 국장)의 신작이 나왔다.

최근에 뉴스를 탔듯이 권 전 교수는 최 원장의 삼고초려 끝에 금감원 국장으로 전격 영입돼 화제를 모았다. 기계공학으로 학·석·박사, 프랑스 인시아드 MBA를 거쳐 도이체방크, 바클레이스은행 등 투자은행에서 비정형 옵션 트레이더 등으로 근무, 이후 학계로 옮겨와 고려대와 카이스트 등에서 재무론과 경영학을 가르쳤다는 이색적인 경력도 눈에 들어온다. 여러 모로 관심을 모을 만한 저자이니만큼 신작에 대한 관심도 크다.

민간금융사, 학계에 이어 공적인 영역으로 진출한 저자는 신작으로 돈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전작 '파생금융사용설명서'에서 그 어렵다는 파생금융을 자신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던 실력은 이번에도 발휘된다. 돈이나 금융, 재테크 관련 책에서 흔히 마주치는 기계적인 서술은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가 정말 뜻을 알고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드는 문장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장점은 독창성에서 찾을 수 있다. 돈 관련 책들이 십중팔구 돈을 어떻게 하면 잘 벌 것인가라는 주제에 수렴하곤 하지만 애초 이 책은 다르게 방향성을 잡았다. 책 제목 밑에 부제로 달려있듯 '투자하기 전에 알아야 할 돈 문제'를 다루는데 집중한다. 와중에 저자의 특기인 독특한 문제제기와 다양한 사례로 돈 이야기를 삶의 이야기로 확대하는 내공도 느낄 수 있다.(포트폴리오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양한 여성 포트폴리오를 자랑했던 카사노바와 오디세우스 한 명에게만 올인했던 페넬로페를 대비시킨 부분은 압권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쏘왓(so what? 그래서 어쩌라고?)'이라고 말할 독자들도 눈에 보인다. 상당수의 독자들은 적당한 지식과 적절한 수단을 활용해 돈을 벌면 되는 것이지, 무슨 돈에 대해 생각을 그리 많이 하느냐고 타박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실무적인 재테크서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그다지 맞는 책이 아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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