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동아시아공동체:동향과 전망

동아시아 협력과 한·아세안의 역할

2014-05-09 13:19:29 게재
아산정책연구원 / 동아시아공동체연구회 지음 / 2만원

1997년 12월 경제위기에 대응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정상회의'는 동남아와 동북아를 포괄하는 동아시아에서 개최된 사실상 최초의 정상회의였다. 2001년 아세안+3이 낸 동아시아비전그룹(EAVG) 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 동아시아 국가들은 '평화, 번영, 진보의 동아시아공동체'라는 목표 하에 지역적 연대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동아시아는 커다란 대외적·대내적 도전에 직면했다. 세계경제의 위기와 미국 외교정책의 전환은 역외 환경에 변화를 가져왔고 중일 갈등 악화와 남중국해 분쟁은 역내 정세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지역협력에 제동이 걸리면서 동아시아 지역협력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회색빛 전망'이 엇갈린다.

동아시아 국가간 협력의 내부적 문제점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아세안은 지역협력 구도를 설정할 때 '아세안 중심성'을 내세우며 아세안의 주도권을 강조해왔다. 동아시아 지역협력 과정에서도 동남아 국가들은 아세안의 중심적 역할을 당연시해왔고 이 '아세안 중심성' 원칙이 흔들릴 경우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러한 아세안의 현재 최우선 과제는 동아시아공동체 구현보다는 아세안 공동체 형성이다. 하지만 아세안 공동체 형성조차도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아세안+3 중심의 동아시아공동체 구현에 관심을 갖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실질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한·중·일 3국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동아시아공동체 구현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3국이 합심해 높은 수준의 지역통합 기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3국 협력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통합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지역패권을 두고 경쟁해온 숙명적 라이벌 관계이며 중견국 한국은 중국과 일본을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교량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자신이 주도하는 '아세안+3' 지역통합을 선호하는 반면, 일본은 중국 견제를 위해 '아세안+6' 또는 'EAS(동아시아정상회의)'를 원한다. 현 상태에서 한·중·일 3국 협력을 낙관하기는 어려우며 이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평화, 번영, 진보를 위한 역사적 실험의 성패는 정태적 기준에 따라 선험적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상호 주관적 실천을 통한 경험에 따라 유동적인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동아시아 지역협력에 대한 현실주의적 세력균형의 '지렛대'이자 자유주의적 제도형성의 '고리'로서 한국과 아세안의 전략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