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에야 요시히데 일본 게이오대 교수

"강한 리더십 가진 한일, 관계개선 쉽지 않아"

2014-05-13 11:35:34 게재

"납치자 문제, 실질적 해결책 없어 북일관계도 난망"

일본 정부가 북일간 외무장관 회담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북일관계의 훈풍을 예고하는가 했더니 하루 사이 일본법원에서 도쿄 소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중앙본부 건물 및 토지 매각 허가 결정이 나오면서 북일관계가 다시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인 국제정치학자 소에야 요시히데 일본 게이오대 교수(사진)는 북일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일본과 북한이 납치자 문제 협의를 위해 적십자 회담을 가지게 된 것은 2002년과 배경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당시 6자회담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해 고립됐을 때, 중국까지 북한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자 그 돌파구로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며 "고이즈미 전 총리가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고 그 결과로 북일 평양 선언이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고이즈미 총리는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면서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평양 선언은 '북일관계 미래의 로드맵'이라고까지 불렸지만 결국 국교정상화까지 가는 데 실패했다.

소에야 교수는 "지난해 장성택 숙청 이후 중국이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6자회담도 열리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일본에 납치자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베 총리의 인기 비결 중 하나가 납치자 문제에 대한 대응"이라며 "일본의 보수에게 납치자 문제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의 지지를 받는 아베 총리가 북한의 납치자 문제 협의 제안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이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 없고, 아베 총리도 진척을 강행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일관계는 장기적으로는 낙관하면서도 최근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에야 교수는 "일본과 한국 정부의 입장 차이가 아주 크다"며 "일본은 법적인 해석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한국은 이러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정부에 "강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들이 있어 이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시민사회, NGO나 양국민의 인적 교류 측면에서 봤을 때 역사적 이슈를 제외하고는 공유·공감하는 가치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한일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일본은 쇠락하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양국이 공동의 이해, 공동의 어젠다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중견국 외교를 얘기하는데 중견국 외교는 협력해야 가능한 것"이라며 "일본은 한국과 경제적 이해가 겹치고 발전 수준도 유사하며 같은 민주주의 이념을 가진 국가로 적합한 협력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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