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기초단체장 공천결과 살펴보니 …
말로는 개혁공천 … 속내는 전·현직 잔치
상향·개혁공천 외치다 시간 쫓기자 '여론조사'
'교체 대상'이라던 비리전력 현역 상당수 생환
결국 전·현직 정치인 잔치로 끝났다. 여야 유력정당이 기초단체장 공천권을 주민에게 돌려준다던 약속을 파기하면서 예견된 결과다.
중앙당의 후보검증을 통한 자질평가 등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국회의원과 중앙당의 입김만 강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야권은 공천방법을 놓고 갈팡질팡 하다가 결국 기성 정치인에게 절대유리한 인지도·조직력 조사로 회귀, 비리전력 등으로 교체대상이라던 현역 단체장 상당수가 공천장을 받게 됐다.
경기도 기초단체장 공천결과가 대표적이다. 새누리당은 14일 남양주와 의정부 시장후보로 이석우 현 시장과 강세창 시의원을 각각 확정, 도내 31곳의 기초단체장 후보공천을 모두 끝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까지 신청자가 없는 양평, 가평과 재심 중인 남양주를 제외한 28곳의 기초단체장 후보공천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양당 모두 전략공천 지역을 뺀 대부분 시·군에서 여론조사 경선에 의존, 인지도가 높은 전·현직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들이 공천을 휩쓸었다. 새정치연합은 21명의 현직 시장 가운데 공천신청을 하지 않은 김학규 용인시장과 전략공천지역인 김철민 안산시장을 제외한 19명이 모두 다시 공천됐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여야 모두 공천개혁을 외쳤지만 결과적으로 권력자의 입김을 막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유권자에게 실망스런 결과를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전북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단체장 공천에 이목이 집중 됐으나 구 민주계와 안철수계 인사들간 진영 갈등만 드러낸 채 마무리됐다.
14명의 기초단체장 공천에서 신진인사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지표상으론 14명의 기존 단체장 가운데 5명이 공천돼 교체폭이 상당한 것으로 비쳐진다. 문동신(군산) 이한수(익산) 김생기(정읍) 이환주(남원) 황숙주(순창) 등 현역이 공천과정에서 생환했다. 그러나 실상은 3선 연임이나 타 선거구 출마 등으로 현역이 자리를 비우는 곳을 제외하곤 3곳의 교체에 불과했다. 광역의원, 국회의원 출마자, 전직 군수 등이 빈자리를 꿰찼다. 상향식 개혁공천과는 거리가 먼 결과다.
공천방식을 놓고 기득권 내부의 진영논리만 주고받다 결국 여론조사로 결론을 냈다. 14곳 중에 5곳은 경선없이 단수후보로 공천장을 받았다. 후보 자질에 대한 검증이나 공약평가보단 인지도·조직세에 의해 좌우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전남은 광주광역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상향식 공천이 흔들렸다. 강기정 등 국회의원 5명이 집단으로 윤장현 후보를 지지하고 전략공천을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후보자 심사위원 절반가량이 국회의원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인사로 꾸려져 '구태정치'라는 지적을 받았다.
개혁공천 의지가 실종되면서 광주·전남 기초단체장 '물갈이'가 대폭 축소됐다. 광주는 서구 1곳, 전남은 곡성 등 2곳에 불과했다. 비리전력 등이 있어 정밀심사자로 분류된 영암 등 5개 군수 중 1곳만 교체됐다. 경선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 여론조사(50%)와 공론조사(50%)로 경선을 치르면서 '현역단체장'이 고스란히 통과되는 결과는 낳았다. 광주는 현역 단체장이 나선 광산구 등 4곳이 모두 경선을 통과했다.
여성에 대한 배려도 적었다. 광주의 경우 4곳을 여성경선지역으로 선정했으나 여성 정치인을 한 곳에 몰아넣고, 특정 정치인을 배제하는 '촌극'도 연출했다.
후보 선출도 오락가락했다. 전략공천이나 단수공천을 했다가 철회했고, 서류심사에 탈락됐던 인물이 되살아나는 '오락가락 경선'을 펼쳤다. 이 때문에 심각한 공천 후유증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