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햄스터 살인사건

2014-05-20 07:54:26 게재

엽기 발랄한 본격 청소년 부조리극

오는 5월 16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 무대에 오르는 <햄스터 살인사건>은 코미디 연극이자  본격 청소년 부조리극이다. 자살을 결심한 두 청소년이 모텔에 햄스터 우리를 들고 들어오면서 시작되는 이 연극은 극 중 햄스터 ‘바닐라’가 죽은 채로 발견되며 두 명의 십대와 몇 명의 어른들이 벌이는 일종의 소동극이다. 등장인물들의 언어유희를 통해 현실과 환상이 교묘하게 섞이며 현실의 잔인함을 웃음으로 감싼다. 통통 튀는 대사는 황당하리만치 참신한 소재와 엉뚱한 상상력을 더욱 빛나게 하며 등장인물의 심리가 긴장감 있게 그려져 관객들을 일순간 이 말도 안 되는 <햄스터 살인사건>에 빠져들게 한다.

웃음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햄스터 살인사건>은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력의 허선혜 작가와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최여림이 만났다. 기상천외한 유머와 엽기 발랄한 화법, 시선으로 청소년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부조리함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시종일관 유쾌함을 선사하다 난데없이 정곡을 찌른다. 마치 경쾌하게 잽을 날리다 예측불허의 강펀치를 날리는 것과 같다. 현실과 상상이 교묘히 섞인 이야기는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담백하게 풀어낸다. 작품은 웃음 안에 감춘 칼날처럼 날카로운 서브텍스트를 내포하고 있다. 그 함의를 찾는 것이 어른들에게는 수수께끼를 맞히듯 어려운 일일지 모르겠으나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즉각적이고, 본능적으로 다가온다. 작품은 관객들의 상상이 관여하며 풍부한 웃음과 은유로 살아 움직인다. 이 작품은 창작희곡공모전인 ‘청춘나눔창작연극제’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5월 16일~24일까지, 국립극장 소극장 판, 일반 2만 원, 청소년 1만 원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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