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가리왕산 훼손하면서 웬 '환경올림픽'?

2014-06-20 10:46:14 게재
1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위원장 김진선) 주최의 '환경올림픽 준비상황' 기자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서 조직위는 '그린 올림픽' '저탄소 올림픽' '지속가능 올림픽'이라는 3대 슬로건을 제시했으나 모두 포장이고 결국 핵심은 '가리왕산 스키장'이었다.

조직위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계획된 여자코스를 설치하지 않고, 중봉 정상 일대를 제외하도록 FIS(국제스키연맹)·IOC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원래 중봉(1420m)과 하봉(1370m) 두 개의 봉우리에 각각 여자코스, 남자코스 스키장을 만들려고 했으나 환경부 등과 협의를 통해 중봉을 제외하고 하봉에만 스키장을 만들어 남녀경기를 치른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당초 슬로프보다 30% 이상의 숲을 보호하게 됐다"며 "슬로프에 포함된 23그루의 주목 가운데 20그루를 이식하여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환경단체 우이령사람들은 현장조사를 통해 "하봉 일대 스키장 슬로프 예정지는 주목의 '세대별 군락'(어린 주목에서 장년층, 노거수까지)이 나타나는 매우 중요한 식생 지역"이라고 보고했다.

가리왕산 하봉과 중봉 일대 해발 1000m 이상 구간은 제주도(한라산)와 울릉도(성인봉)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주목의 세대별 군락이 나타나는 유일한 지역이다.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 등 여러 고산지역에도 주목 군락이 있지만 대부분 속이 빈 노거수만 남아 있을 뿐 새로 발아하는 어린 주목이나 건강한 상태의 장년층 주목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조직위는 또 유전자원보호림 복원 계획에 대해 "자연스런 수렴천이과정을 유도하는 '자연천이방식'을 도입했다"며 "외래종 유입 차단 및 교란종 제거 등 생태계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본안·보완 세번에 걸친 협의 과정에서 환경부는 "자연천이에 의한 복원은 기대하기 어려우니 보다 구체적인 복원방법을 제시하라"고 했으나 결국 조직위(강원도)는 그 의견을 무시하고 자연천이에 맡기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설명회가 끝나고 조직위 관계자에게 환경영향평가 때 논란이 있었던 '곤돌라'(리프트) 문제를 물었다.

"오늘 발표자료에 곤돌라 얘기가 없네요? 철거 안하신단 얘긴가요?"(기자)

"철거비용이 많이 들어서 … 친환경적인 활용도 가능하지 않을까요?"(조직위 관계자)

"철거해야지 무슨 얘기야? 평가협의 때 철거하기로 했는데…"(환경부 파견 공무원)

"돈 주면 철거하지 왜 안해? 돈이 없으니까 그런 거지."(다른 조직위 관계자)

환경올림픽? 아직 멀고도 먼 느낌이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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